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겉은 화려해 보이겠죠. 억대 연봉 남편 내조에만 신경쓰면 되니까. 그런데 그 '내조'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제 삶을 포기하고 남편에게 올인했어요. 적어도 운동선수의 아내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삼성 라이온즈 간판 타자 박한이(32)의 아내 조명진(32)을 만났다. 탤런트라는 특수성 때문일 것이다. 과연 운동선수의 뒷바라지를 얼마나, 잘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또 공개되지 않은 내조 속 고충도 듣고 싶었다.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박한이를 뒤로하고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조명진은 야구선수 아내의 일상을 조명한 케이블채널 QTV '플레이어스 와이프' 촬영에 한창이었다.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한강을 보고 반가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는 그녀의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얌전한 외모와는 달리 밝고 털털한 성격의 그녀.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된 인터뷰는 어느덧 3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 24시간 대기조…선수 아내의 숙명
-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방송 촬영까지 소화하고 있다. 힘들지 않나?
생각보다 촬영 기간이 길더라고요. (박)한이씨의 짧은 휴식기간도 빼앗아야 했죠. 시작하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카메라 앞에 서니까 힘이 절로 나던데요. 나는 오랜만에 만난 카메라가 반가웠지만 한이씨는 많이 힘들어했어요. 그래도 홈동이(태명)는 태어나기 전부터 방송 출연한다며 즐겁게 생각하고 있어요.
- 비시즌이라서 비교적 여유로워 보인다. 평소 '운동선수 아내의 숙명' 같은 것도 있을 것 같다.
어휴. 사랑하니까, 없으면 안되니까 살지 정말 힘들어요. 박한이랑은 하겠는데 '야구선수 박한이'랑은 절대 안 해요.(웃음)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일단 대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했으니까. 내 친구들, 단골 가게 등 모든 것이 없어진 상태였죠. 일도 포기해야 했고.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두 마리 토끼는 못 잡겠더라고요. 내 일에 맞추면 남편을 챙길 수 없잖아요. 야구선수는 내조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물론 맞벌이 부부도 있지만 저는 내조에 전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신경 써주는 만큼 확실히 경기 결과가 달라지더라고요.
- 그럼 하루 일과를 모두 남편 스케줄에 맞추는건가?
말도 마세요. 오후 6시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후 1시쯤 출근을 해요. 오전 9시에 일어나서 생과일 주스를 갈아요. 자는 사람 깨워서 일단 주스를 먹이고 다시 재워요. 그 때부터 저는 식사 준비, 출근 준비를 하는거죠. 11시에 깨워서 씻고, 밥 먹고 구장까지 차로 데려다 줘요. 잘 들어가는 모습 보고 집에 와 정리를 시작해요.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은행이라도 잠깐 다녀오면 어느새 야구 시작하는 시간이 돼요.
경기는 별 일 없으면 매일 보는 편이에요. 야구 보다가 7회부터 저녁을 준비해요. 경기 끝났다고 전화가 오면 차로 다시 데리러가요. 집에 와서 옷 갈아 입는 동안 식사 준비하고, 밥 먹고, 소화 시키고 자는 거예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9시부터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죠. 장난 아니죠?(웃음) 이런 생활을 하는데 내 일을 갖는다는건 상상도 못해요.
- 그야말로 '내조의 여왕'인데, 박한이도 이렇게 내조만 하는 것을 원하나?
한이씨는 연기를 계속 하라고 해요. 지난해 초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임신하는 바람에 무산됐어요. 그런데 너무 슬픈 일이지만 유산이 됐어요. 다행히 두 번째 아이가 찾아왔고, 이제 정말 조심하려고 애쓰죠. 임신까지 했으니 일은 절대 못하죠. 가능하면 아이와 함께 한이씨 옆에 있으려고 해요. 아이는 3명 정도 낳을 예정이에요. 쑥쑥 낳고 쭉쭉 키워놓은 후에는 내 일도 생각할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지금도 방송국 식구들과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려고 노력해요.
-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에 박한이 뿐 아니라 홍성흔, 진갑용, 손시헌 선수도 함께 출연한다. 평소에도 친분이 있던 사이였나?
갑용이언니와는 워낙 친하게 지내요. 가까이 살고, 남편들이 같은 팀이다보니 더 친해졌죠. 사실 선수 아내들끼리 친하기가 힘들거든요. 연봉, 주전-비주전 등 껄끄러운 것들이 많으니까. 그런데 갑용이언니와는 무척 잘 맞아요. 어제도 언니네 집에서 자고 왔어요. 성격이 똑같아요. 친정 언니같은 느낌이죠.
- 잠깐, 갑용이 언니?
하하하. 네. 진갑용 선수에게는 '갑용이형'이라고 부르고 언니에게는 '갑용이언니'라고 불러요. (홍)성흔이형 아내에게도 '성흔이언니'라고 하거든요. (양)준혁오빠가 결혼하면 '준혁언니'가 생기는거겠죠?
- 그럼 운동선수와 결혼해서 좋은 점은 없는건가?
운동선수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은 없어요. 굳이 꼽자면 음식점에서 서비스 많이 주는것?(웃음) 한이씨라서 좋은거지, 운동선수라서 좋은 점은 없는 것 같아요. 한이씨가 워낙 잘 챙겨주고, 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니까 나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 경기장에도 자주 가는 편인가?
종종가요. 방해될까봐 자주는 못 가고. 승률은 좋은 편이에요. 8할 이상은 되는 것 같은데. 그런데 나머지 2할일 때에 사람들 눈에 띄게 되면 아내 와서 못 했다는 소리를 듣거든요. 외야 끝에서 한이씨 뒷모습 보는 게 가장 좋아요. 눈인사 정도 나누고 조용히 오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티켓도 사서 들어갔어요. 출근하기 전에 모든 선수들의 아내는 큰 소리도 안 쳐요. '우리 신랑 최고'라고 하며 경기장에 보내죠. 그런데 티켓같은 사소한 문제로 신경쓰게 하고 싶지 않아요. 시즌 중에는 싸우지도 못해요. 운동하는 사람 마음 불편하게 내보내면 내 마음이 더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시즌 때는 '시즌 끝나기만 해봐라. 다 죽었어'하면서 쌓아두는데 결국 나중에는 다 잊어 버리죠.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 운동선수 남편을 두면 경기장에서 둘만의 신호를 보낸다거나…. 그런 로맨틱한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눈 마주치면 웃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때 역전 스리런 친 후 베이스를 밟고 손가락으로 날 가리켰어요. 생전 처음 받아본 세리머니였죠. 오늘은 해야지 싶었대요. 행복하던데요? 5년 넘게 알고 지내면서 처음 받아본 거였으니까.
- 박한이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형처럼 보인다.
절대 아니예요. 물론 무뚝뚝한 성격은 있지만 의외로 애교도 많고 정도 많아요. 심지어 눈물도 많다니까요. 하하. 그리고 한이씨가 영화광이에요. 개봉하는 영화는 거의 다 보는 것 같아요. 연기자인 나보다 더 많이 봤어요. 좀비부터 코믹물까지. 모르는 영화가 없어요.
- 애교 많은 서울 여자와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만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다.
서로 많이 변했어요. 나 때문에 한이씨는 좀 밝아졌고, 오히려 제 애교가 줄어들었죠. 받아주질 않으니까.(웃음) 결혼 전에는 제가 예쁘다는 생각도 안 했대요. 그런데 결혼식을 올리고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제서야 예뻐 보이더래요. 제가 '좋게 변했네?'하고 물어보니까 '결혼하니까 정말 네가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게 좋아요. 진심어린 말들.
- 그럼 '사위 박한이'는 어떤 사람인가?
음... 귀여운 사위? 엄마, 아빠가 사위라는 생각을 안 하세요. 항상 '한이야'라고 이름을 불러주시고. 사위가 아니라 아들이죠.
- 올 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홈동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한이씨는 아이 낳을 때 옆에 있어주고 싶어하는데,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이미 체념했어요.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 다른 선수 아내들은 혼자 짐싸고 운전해서 산부인과 가고 아이도 혼자 낳는다고 하던데요.(웃음) 아이 외에는 한이씨 11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 기록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제 인생의 목표는요, '박한이 진짜 마누라 잘 만났다'는 말을 듣는 거예요.
[조명진. 사진 = QTV 제공]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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