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사실상 막을 내린 분위기다.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도 모두 마무리됐으며 시즌 시작 전 선수 이동도 더 이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 개막(3월 12일)도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스토브리그는 시즌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각 구단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정규시즌 못지않게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의 그것보다는 재미가 떨어졌다.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이슈인 선수이동이 적기 때문. 여기에 올해는 이렇다 할 대박 FA 선수도 없어 '따분한' 스토브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웬걸. 이번 스토브리그는 어느 때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이슈가 터졌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 중에서도 프로야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사건에 대해 정리해봤다.
▲ '공개경쟁' 엔씨소프트, 9구단 주인이 되다
2011년 2월 8일은 프로야구 역사의 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20년 만에 프로야구 양적 팽창을 이룬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신규 구단 창단과 관련해 심의기준과 가입조건을 논의했고 우선 협상 대상자로 엔씨소프트를 선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무르익었던 새 구단 창단이 사실상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1월 17일 첫 번째 이사회에서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야구계 많은 인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9구단 창단을 노린 기업은 모두 3곳. 그 중 엔씨소프트만이 '공개경쟁'을 했다. 자칫 기업 운영에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결국 엔씨소프트의 이러한 과감한 결정은 '9구단 우선 협상자'라는 달콤한 열매가 돼 돌아왔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는 2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동원하며 부활 찬가를 불렀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9구단 창단이 결정됨으로써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 '6억 3천' 롯데 vs '7억' 이대호, '역시나' 승자는 구단
제 아무리 이대호(롯데)라도 구단 앞에서는 약자였다. 많은 이들은 2002년 연봉조정에서 승리했던 유지현의 재림이 되기를 바랐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지난해 이대호의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타율 .364 44홈런 133타점 99득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초유의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9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해외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이대호는 구단과의 연봉 협상에서 큰 소리 칠 수 있었다. 여기에 FA를 1년 앞둔 시점이기에 FA 프리미엄도 기대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대호가 원한 연봉은 7억원. 반면 롯데는 기존 비FA 최고 연봉인 6억 3천만원을 제시했다. 양 측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게 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20번째 일어난 연봉조정 결과는 이번에도 구단의 승리였다. 구단은 이날 승리로 역대 성적 19승 1패 승률 .950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게 됐다. 조정위원회는 결과 발표 후 "이대호가 주장한 7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데 대해서는 조정위원 모두가 공감했지만 이대호의 고과 평점에 따른 활약도와 구단내의 타 선수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을 때에는 구단이 제시한 6억 3천만원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대호의 연봉이 6억 3천만원으로 결정되자 많은 논란이 일었고 한 케이블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주제로 해 만족할만한 시청률을 얻기도 했다. 이날 결정은 프로야구의 주인이 팬과 선수가 아닌 구단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일이었다.
▲ 'FA 미아' 이도형-최영필, 제도 변경 단초 제공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FA 선수 중 눈에 끌 만한 선수가 적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한 스토브리그'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나마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박용택은 일찌감치 원소속팀 LG와 계약했다.
FA를 신청한 선수는 모두 4명. 박용택과 일본 진출을 노린 배영수(삼성)의 신청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수긍했지만 이도형, 최영필(이상 전 한화)의 FA 신청에 대해서는 의아했던 사람이 많았다. 국내 FA 시장은 대어급 선수들만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대로' 선수들의 비극으로 끝났다. 이들은 이렇다할 제안도 받지 못한 채 사실상 유니폼을 벗게 됐다.
하지만 이들의 '과감한 결정'은 제도 변경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프로야구 이사회는 지난 1월 열린 2011년 첫 회의에서 FA 제도를 변경했다. 4년제 대학 졸업 선수의 FA 자격 취득 기간은 9년에서 8년으로, 보상선수 보호명단은 18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FA 영입에 따른 보상 금액도 줄어들었다. F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운 조건이지만 조건이 완화됐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 했다.
[엔씨소프트 사옥(첫 번째 사진), 롯데 이대호(두 번째 사진). 사진=엔씨소프트 제공,마이데일리DB]
마이데일리 pres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