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 "故최고은, 굶어죽은게 아니라 병으로 죽었다"

[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32살의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故 최고은 작가의 스승이자 소설가 김영하 씨가 최고은 작가의 죽음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김영하 작가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와 블로그 중단을 선언하며 '정말 죄송합니다. 다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남겼다.

가장 먼저 김 작가는 "고은아, 미안하다. 살아서도 별로 도움이 못되는 선생이었는데 가고 나서도 욕을 보이는 구나"라며 미안해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고은이에 대해 한가지만 말하고 갈까 합니다"라며 힘겹게 말을 뗀 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은이가 굶어죽었다고 당연히 믿고 있다는데 놀랐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 석수동의 월세집에서 숨진 채 이웃주민에 발견된 최고은 작가는 사망 전 까지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양시 만안경찰서 측은 최고은 작가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다가 수일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고은 작가의 직접적인 사인을 '아사'라고 단정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그녀가 풍족하게 살아갔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꾸려갔다고 들었습니다"라며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고인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에게 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은이는 우울증도 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개인적 사물들이 정리돼 있었다고 합니다"라며 "어쩌면 삶에 대한 희망을 서서히 놓아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아직 누구도 모릅니다"라고 전했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에 대해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 이런저런말이 오가자 김 작가는 "사람들은 편한대로 믿고 떠들어댑니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작가는 최고은 작가가 생전 알았던 갑상선 기능항진증에 대해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지고 그러면서 몸은 바싹 말라가는 병입니다. 불면증도 뒤따르고 이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라면서 "이런 진실은 외면한 채 고은이를 아사로 몰고 가면서 가까웠던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라고 힘들어했다.

김 작가는 작가로서 "최고은 작가는 재능있는 작가였습니다. 어리석고 무책임하게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가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습니다"며 "어차피 다들 믿고 싶은대로 믿을 테니까요"라며 더 이상 말을 하려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우리 사회가 서로 살피고 돌보는 계기가 되면 그녀의 죽음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며 "그녀를 예술의 순교자로 만드는 것도, 알바 하나도 안 한 무책임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할 양 극단이라는 것만은 말해두고 싶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 = 최고은 작가의 유작이 된 '격정 소나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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