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숯 먹고 경기장 나갔다"

"그때의 무모한 일들을 사랑합니다"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현역 시절 설사가 멈추지 않아 숯을 먹고 경기장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차범근 해설위원이 아들 차두리(31·셀틱)의 부상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차 위원은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어제는 (차)두리가 의사에게 수술을 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축구선수가 발목 수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런던에 발을 가장 잘보는 의사가 있다며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차 위원은 현역시절 자신에게 찾아왔던 부상을 떠올렸다. 그는 "1986년 발목의 인대를 눌러주는 근육이 태클에 찢어져서 복숭아 뼈 밑을 지나가는 힘줄을 고정시켜주지 못하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수술을 해서 다시 힘줄을 제자리에 고정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면 3개월을 쉬어야 합니다. 모두가 고민에 빠졌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시즌이 끝나자 팀에서는 수술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월드컵도 가고 싶었습니다. 팀에서는 뜨아해 했지만 다녀왔습니다. 다시 시즌이 시작됐고 힘줄을 인위적으로 눌러가며 반시즌을 더 뛰었습니다. 그해 겨울에야 드디어 수술을 했습니다. 지금도 수술한 발은 완전히 굽혀지지가 않습니다. 그게 직업축구선수입니다. 설사가 멈추지 않아 숯을 먹고 경기장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미련한 것인지 열정이 뜨거웠던 것인지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그때의 무모한 일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차 위원은 "런던의 의사가 일주일을 더 두고 보자고 하는 모양입니다. 이 시점에서 두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서로 충돌합니다. 아버지로서, 축구감독으로서…."라며 차두리의 수술을 앞둔 고민을 내비쳤다.

[사진 = 차범근]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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