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SK 1군 막내가 올시즌부터 바뀌었다. 주인공은 2년간의 재활을 마치고 1군 무대에 선 1990년생 김태훈(21). 그의 등번호는 11번이다. 하지만 그의 글러브에는 '29번'이 적혀 있다. SK 29번은 다름 아닌 김광현(23). 어떻게 된 일일까.
▲ '베테랑 막내' 김광현, 김태훈에게 글러브와 함께 막내 타이틀 넘기다
2007년 이후 4시즌간 SK 1군 막내는 변함 없었다. 1988년생 김광현이 그 주인공. 신인이 1군 무대에 합류하더라도 대졸 선수들이었기에 그보다 나이가 많았다. 덕분에 그에게는 '4년차 베테랑 막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김광현은 올시즌들어 막내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넘겼다. 드디어 형 노릇을 할 수 있게 된 것. 이는 막내 타이틀을 이어받은 김태훈의 글러브에서부터 나타난다.
'29번' 글러브를 김태훈이 쓰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김광현에게 묻자 "(김)태훈이가 글러브가 찢어졌다고 하길래 줬다"고 밝혔다. 이어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알려주고 있다"며 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막내 역할을 하고 있는 김태훈이 귀엽지 않느냐는 물음에 김광현은 "귀엽게 생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귀여울 수 있나요?"라고 짓궂게 답했지만 막내가 들어온 것이 결코 싫지 않은 눈치였다.
이 대답을 들은 김태훈은 '빵' 터졌다. 김태훈은 "글러브가 찢어졌는데 지금 스폰(후원) 받는 곳도 없고해서 (김)광현이 형한테 달라고 했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김광현 스폰'을 계속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유명 선수들에게는 야구용품 회사에서 글러브 등 야구용품 후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신예 선수들에게는 이러한 경우가 적을 수 밖에 없다.
김광현이 잘 대해주느냐는 물음에는 "잘해주면서도 괴롭힌다. 샤워할 때 찬물을 틀어놓고 가기도 한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김광현과 마찬가지로 김태훈 역시 선배의 관심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김광현은 김태훈에 대해 "선배 입장에서 태훈이가 앞으로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의 기대대로 김태훈은 연일 인상깊은 투구를 선보이며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10일 문학 삼성전에서는 1이닝동안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기도 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투구로 김성근 감독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효봉 MBC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그의 투구에 대해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비록 4경기에 등판해 3⅔이닝만을 던진 김태훈이지만 현재 모습을 이어간다면 김광현이 막내 노릇을 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듯 하다. 2개의 김광현 글러브가 문학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다.
[김광현 등번호인 29번이 적힌 글러브를 끼고 있는 SK 김태훈.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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