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모든 프로야구 감독은 '새로운 얼굴'에 목마르다. 때문에 가능성이 보이는 신예 선수에게 감독이 관심을 갖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신예 선수에 대한 감독의 기대에 대한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히' 두 가지로 갈린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 원인도 분명하다. 감독의 믿음을 등에 엎고 자신의 입지를 넓히거나, 부담감을 너무 많이 가져 실력을 발휘 못하거나.
삼성 우타 외야수 배영섭의 경우에는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감독에게도 너무나 다행히 전자에 속한다. 2009년 삼성에 입단한 배영섭은 지난 2년간 단 11경기에 출장한 중고신인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류중일 감독의 신임을 듬뿍 얻었던 배영섭은 감독의 기대에 100% 이상 부응하며 시즌 초반 맹활약 중이다.
▲ 배영섭 그리고 최정
배영섭은 수원 유신고 출신이다. 아직까지 프로에서 입지를 굳히지 못한 그와 달리 동기 중에는 팀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선수가 있다. SK 3루수 최정이 그 주인공이다. 1986년 6월생인 배영섭과 1987년 2월생인 최정은 한 학년 후배인 배장호(롯데)와 함께 유신고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4년 여름, 둘의 명암은 극명히 엇갈렸다. 최정이 SK 1차 지명을 받으며 프로 유니폼을 입은 반면 배영섭은 단 한 팀에도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결국 배영섭은 프로가 아닌 동국대 야구부 일원이 됐다.
배영섭이 팬들보다는 학부모 앞에서 뛰고 있는 사이 최정은 연일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 있었다. 한 팀의 주전 3루수에 이어 2008년 한국시리즈 MVP,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한 3루수 부문에서 골든글러브 투표 2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아시안게임 대표로 발탁돼 병역 면제 혜택을 받기도 했다.
배영섭과 최정이 고등학교에 이어 프로에서도 같은 유니폼을 입을 확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배영섭은 동국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수 차례 입었다. 덕분에 2009년 신인 지명에서 SK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4학년 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끝에 2차 4라운드가 돼서야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 배영섭 그리고 이영욱
프로에 입단해서도 순탄한 야구 인생은 아니었다. 아마추어 시절 공수주 3박자를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프로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결국 데뷔 첫 시즌인 2009년에는 단 한 경기도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0년에는 어깨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그가 재활에 몰두하는 사이 삼성 외야에는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 배영섭의 동국대 1년 선배인 이영욱. 그보다 1년 먼저 삼성에 입단한 이영욱은 오랜 기다림 끝에 2010년 삼성의 새로운 1번 타자로 떠올랐다. 67경기에 선발 1번 타자로 출장하는 등 120경기 출전에 타율 .272 도루 30개로 맹활약했다.
배영섭은 2010년 시즌 막판이 돼서야 1군에 모습을 나타냈다. 비록 선발 출장은 4번에 그쳤지만 11차례 경기에 나서 타율 .292 3타점 5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나타냈다.
그리고 2011년. 배영섭은 류중일 감독의 기대 속에 그동안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비록 현재까지는 상대 선발이 좌투수일 때만 선발로 출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배영섭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17일 현재 12경기(6선발) 출장 타율 .435 1홈런 1타점 10득점 3도루가 그의 성적. 이영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시즌 초반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볼넷(8개)이 삼진(5개)보다 많다는 점. 신예가 볼넷을 삼진보다 많이 얻기란 결코 쉽지 않다. 배영섭의 뛰어난 선구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15일 두산전에서는 장민익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때리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혹자는 배영섭에 대해 최정, 이영욱에 비해 '지각인생'을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각인생'이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늦을 뿐이지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알고 있다. 배영섭의 '반전 드라마'는 이제 1막 1장이다.
[사진=삼성 배영섭(첫 번째 사진), 최정과 이영욱(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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