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현역 시절 두 시즌 동안 감독님을 모셨다. 주위에서 '김성근 감독은 관리야구를 하는데 이만수 코치와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다', '물하고 기름이 만났다'고들 말을 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질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웃음). 감독님도 '만수야 질투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하고 말씀하신다. 구단에서도 처음에 이런 부분을 걱정했는데 야구는 똑같다."
2006년 SK와 수석코치로 입단 계약을 맺은 이만수 감독대행은 그 해 12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김성근 감독과의 만남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대답 속에 답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수면 위로 가라 앉아 있었던, 하지만 언제나 내재돼 있었던 '예고된 비극'은 결국 현실이 됐다.
17일, 김성근 전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올시즌을 끝으로 SK에서 떠나겠다"고 강수를 뒀다. 그러자 구단은 18일 "김성근 감독을 퇴진 시키고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강수에 초강수로 대응한 것이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감독대행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은 애초에 달랐다. 이 감독대행이 18일 취임 인터뷰에서 "일단 2군 선수들 내 스타일대로 바꿔나가고 있었다"고 한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또 "(김성근) 감독님의 좋은 점을 유지하면서 보완할 점은 계속 보완하고 시즌 마치고 여유있을 때 새로운 방향으로, 내가 꿈꾸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라는 발언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어찌보면 SK가 2006시즌 종료 후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감독대행을 동시에 영입했을 때부터 비극의 씨앗은 뿌려졌는 지도 모른다. SK는 김성근 감독으로 성적을 올려놓은 뒤 이만수 감독대행 체제하에서 SK가 꿈꾸던 야구에 대해 꽃을 피우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2008시즌 중반부터는 '올시즌 종료 후 SK가 이만수 수석코치가 감독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7시즌에 이어 2008시즌도 SK가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감독 교체에 대한 명분은 없었다. '김성근 체제'는 2008시즌 이후에도 3년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두 번째 계약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두 번째 계약 마지막해인 2011시즌 중반부터 재계약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졌다. 김성근 감독과 구단 모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바빴다. 특히 구단 관계자를 통해 듣게 된 "한 야구 후배의 이름을 꺼내면서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김 감독의 '사퇴 발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대행 역시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김성근 감독님께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의 자진 사퇴 발언 뒤 구단은 다음날 경질을 선택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대체자는 이만수 감독대행이었다. 불안하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던 김성근과 이만수의 동행은, 누구나 한 번쯤은 예상할 수 있었던 예고된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게 현실이 됐다.
[사진=2006년 이만수 당시 수석코치 취임식에 모인 이만수 감독대행(가운데)과 김성근 전 감독(오른쪽)]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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