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영화가의 전통적인 비수기인 가을 극장가는 ‘만만한’ 시기였다.
영화계에는 설, 추석 연휴 대목과 여름방학, 겨울방학 시기가 대표적인 대목이었다. 제작자들은 소위 말해 ‘될만한’ 영화를 이 시기에 배치하고 흥행을 기대하는게 관행이었다. 그 외 시즌의 경우 비교적 예산이 적게든 ‘저예산’ 영화를 배치하는게 사실.
하지만 올해의 한국 영화 추이를 본다면 제작자와 배급사들은 1년 내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아무 영화나 넣어도 기본 관객은 들어주는 만만한 시즌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특히 ‘도가니’ 열풍으로 대변되는 올 9월, 10월 극장가는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기실 부산국제 영화제를 전후한 가을 극장가는 ‘버리고’가는 시즌이었다. 큰 흥행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영화를 개봉하는게 사실.
이 같은 영화계의 경향을 입증하듯 극장가에는 손익분기점이 100만 내외선의 저예산 영화가 줄개봉 됐다. 이에 대해 멀티플렉스 극장을 운영중인 CJ CGV의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가을 영화가 개봉된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뚜껑을 열자 결과는 놀라웠다. 주제의 무게감과 19금이라는 한계가 있는 ‘도가니’의 경우 “200만만 들어도 된다”는 관계자들의 예상과 달리 전국 극장에서 460만 관객(10월 25일 기준)을 동원하는 대박을 쳤다.
하지만 비수기의 여파는 다른 작품에 반영된다. 10월 13일 개봉된 ‘히트’의 경우 겨우 10만을 돌파했고, 전도연의 복귀작으로 주목을 모은 ‘카운트다운’ 또한 50만을 돌파하지 못했다. ‘투혼’또한 20만을 약간 상회 하는 수치로 사실상 종영을 맞이 했다.
이 같은 극장가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멀티플렉스의 편중된 배급에도 그 여파가 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탄 작품은 가을 극장가에서도 변함없는 흥행을, 그렇지 못한 작품은 기본도 하지 못하고 쓸쓸한 퇴장을 하게 된 것이다.
가을 극장가는 흥행 시즌에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의 향연 이었던게 사실이다. 일부 제작자들은 영화를 제작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개봉일을 변경해 가을 틈새시장을 노린다.
그렇지만 이제는 가을에도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 나와서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안 될 작품’이 발을 디딜 곳이 없어진 것이다.
[사진 = 가을극장가에서 이례적인 460만 관객을 돌파한 ‘도가니’(위 사진), 10만 관객 동원에 그친 ‘히트’]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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