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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박하선은 지난 2009년 '지붕 뚫고 하이킥'에 지원했지만 김병욱 감독은 그녀를 선택하지 않았다. 박하선 대신 신세경이 가난한 식모 역할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박하선에게 좌절을 안겼다.
그리고 2011년, 김병욱 감독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박하선을 선택했다. 기회를 두 번 준 것은 아니었다. 김병욱 감독은 국어선생 박하선을 배우 박하선만이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신세경씨가 했던 역할을 해보고 싶긴 했어요. 여배우는 안 꾸밀수록 예뻐 보이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예쁘고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너무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됐고, 속상해서 한동안 안 봤어요. 그러다 저도 신세경씨가 연기하는 걸 보게 됐는데, 잘하는 걸 보니까 '아, 내 것이 아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신세경씨한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역할이었던 거에요. 그리고 제가 '지붕 뚫고 하이킥'을 했으면 지금의 박하선을 연기 못했겠죠?"
국어선생 박하선은 착하고 마음이 여리다. 그 탓에 늘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느라 툭하면 원치 않는 곤경에 빠진다. 그렇다고 마냥 착한 구석만 있지는 않다. 화를 참다못해 버럭 할 때면, 눈이 두 배는 커지고, 안면근육이 부르르 떨리면서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소리친다.
"'지붕 뚫고 하이킥' 때 됐으면 이렇게 망가지고, 재미있는 걸 못해봤을 거에요. 언제 또 이런 연기를 해 볼 수 있겠어요. 사람들이 제게 상상하지 못했던 이미지잖아요. 요즘은 사람들이 저만 보면 '저한테 왜 이러세요?'하고 화 좀 내달래요"
"저도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감독님만 아시겠죠?"
박하선 선생이 아닌, 여자 박하선은 이 삼각관계에 어떤 바람이 있을지 물었다.
"제가 원한다고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윤 선생님이 하선과 잘 되고 싶으면 좀 더 다가와줬으면 좋겠어요. 시청자 입장으로 보면 지석의 마음이 많이 비쳐지잖아요. 하선은 그걸 모르고. 그래서 안타깝고 애절해요. 둘이 나오면 재미있기도 하고요. 영욱이랑은 이미 사귀면서 데이트도 했고, 하지만 이대로 끝은 아니겠죠?"
사실 이 삼각관계의 세 사람은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와 너무 닮아서 박하선 선생이 답답하고, 윤지석 선생은 애처롭고, 고영욱은 얄밉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셋 다 불쌍해요. 윤 선생님은 고백을 못해서 불쌍하고, 영욱이는 저한테 잘해주는데 현실의 상황이 각박하니까 뭔가 이중적이고, 하선도 함께 있어도 기쁘지 않은 사람과 있으면서 거절하지도 못하고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의 모습을 보니까 보기 싫은 걸 수도 있어요. 하선, 지석, 영욱 셋 다 불쌍해요"
전작인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신세경과 최다니엘의 죽음이란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 됐다. 시청자들은 충격을 넘어 상실감까지 느껴야 했다. 김병욱 감독은 뒤늦게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엔딩을 사과했지만, 그가 이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또 다시 슬픈 엔딩을 준비하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박하선에게 새드엔딩이 두렵지 않냐고 물었다.
"두려움은 없어요. 엔딩은 감독님의 몫이잖아요. 그래도 이번에는 해피엔딩이지 않을까요? 감독님 속은 모르겠지만…. 새드엔딩이 기억에 오래 남기는 해도 지금은 전작보다 어둡게 그려지고 있으니 해피엔딩이지 않을까 싶고, 또 그랬으면 좋겠어요"
박하선이 해피엔딩의 소망을 얘기하며 밝게 웃는 걸 보니, 그녀를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박 선생으로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박하선의 말처럼 이번 작품의 결말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는 없겠지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끝나는 순간까지 박하선의 미소가 짙게 남아있을듯 싶다.
[배우 박하선.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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