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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다섯 명의 PD, 다섯 명의 작가. MBC가 파격적인 시스템으로 제작한 토요드라마 '심야병원'은 밤 12시 20분이라는 늦은 시간에 방송한 것에 비해 4%대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톡톡 튀는 여장부 스타일의 외과의사 홍나경을 연기한 류현경이 있었다.
"디렉션 잘 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류현경은 '심야병원'에서 홍나경에 캐스팅 된 뒤 기쁜 마음으로 외과의사의 수술 연기를 집중 공부했다. "수술 장면은 손 대역 없이 정말 제가 다 한 거예요. 그런데 아쉽게도 극이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수술 장면이 많지 않았어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의사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 작품은 이례적으로 다섯 명의 PD와 작가가 각각 호흡을 맞춰 2회씩 진행했다. 한 PD와 작가가 끝까지 이끌어나가는 것에 익숙한 배우로서 어떤 느낌이었을까? 류현경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원래 기획의도는 심야병원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그리고, 그 중 홍나경은 그런 아픈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PD와 작가가 계속해서 바꾸니까 작품도 기획의도와 다르게 사건 중심으로 변했어요. 이해할 수는 있는데 아쉽죠."
"사실 맨 처음에 캐스팅 됐을 때는 모든 연출진의 디렉션을 잘 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럴 의지도 충분했고요.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같은 드라마인데 새로운 드라마를 찍는 기분도 들고, 대본 느낌도 다르고, 캐릭터의 연관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나중에 작가님들이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좋은 경험이 됐죠."
류현경은 SBS 드라마 '떼루아' 이후로 3년 만에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간 '방자전' '시라노 연애 조작단' '쩨쩨한 로맨스' '마마' 등 충무로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것에 비해 드라마 출연은 극히 적었다.
"특별히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드라마 섭외가 안 들어왔던 것뿐이에요. 여럿 감독님들께 여쭤보니까 '류현경은 영화하는 애'라고 생각해서 아예 섭외를 안 하셨대요. 또 제가 주연을 쓰기에도 애매하고, 조연으로 하기에는 아깝고, 그런 면이 있나 봐요. 그래서 '새해에는 안 애매한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극중 류현경은 구동만(최정우 분)의 보디가드 윤상호(유연석 분)으로부터 애정을 받았다. 유연석은 극중에서 류현경에 애절한 고백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하지만 류현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류현경은 "'가슴이 띈다' '내 첫 여자입니다' 같은 느끼한 대사를 저에게 하는데 촬영장에서 정말 빵 터졌어요. 너무 오글거려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스태프들도 같이 웃었어요"라며 "상호 같은 남자를 실제로 만나면 정말 짜증날 것 같아요. 원래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허준(윤태영 분) 같이 하면 싫을 것 같아요. 느끼한 말 해대는 상호도 싫어요. 느끼한 말을 태생적으로 못 들어요. 친구처럼 지내면 지냈지"라고 웃어보였다.
이도저도 싫다는 류현경은 과연 어떤 남자배우와 로맨스를 하고 싶어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류현경은 고민에 휩싸였다. 이내 입을 열은 그는 '이종석'이라는 답을 내놨다. "느끼한 거 싫다더니 '뿌잉뿌잉' 이종석?"이라고 되물었다.
류현경은 "'시크릿가든' 할 때부터 좋아했어요. 오정세씨랑 친해서 한 번 봤는데 훈훈하시더라고요. '하이킥3'의 시크한 캐릭터로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다시 "이종석이 느끼한 말을 한다면?"이라고 물었다. 류현경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그러면 싫을 것 같아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말을 절대 못 들어요. 고백을 받은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원래 첫눈에 반하고 사귀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라고 답했다.
[류현경.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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