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제로도 아찔했던 경험? 컬투의 음주방송?"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는 언젠가 라디오에서 꼭 만들고 싶은 코너"
"DJ와 사랑에 빠질 수 있겠냐고요? 절대 없지만 이민정이라면야..."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지만 두 남녀주인공의 사랑이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제목에 충실하게도 라디오 부스를 배경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차지한다. 그러니 주인공 라디오 DJ 신진아(이민정 분)와 라디오 PD 이재혁(이정진 분)의 감정선은 으르렁대던 동료(?)에서 의리로 발전하고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감정이 피어나는 것에서 마무리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오히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허무맹랑함보다 리얼리티한 작품이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나리오를 현직 라디오PD가 직접 썼다. 바로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의 이재익 PD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3편의 소설을 집필한 작가며 영화 시나리오도 이번이 세번째다. 그래도 그가 직업인으로 발닿아있는 라디오 부스를 전면적으로 등장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오후 목동SBS홀에서 만난 이재익 PD는 "라디오가 소재로 쓰이거나 옆에서 혹은 밑에서 아니면 대각선으로 다뤄진 경우는 여럿 있었지만 정면에서 다룬 작품은 없었다. 내가 일하는 공간을 다뤄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전문화되는 것은 원치않았다. 대중영화로서 쉽게 쓰자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영화 속 이재혁 PD와 실제 작가인 이재익 PD는 이름부터가 비슷하다. 작가가 그렇게 설정한 것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지만 이재익 PD는 "나와 이재혁 PD의 싱크로율은 20%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일단 절대 사원증을 걸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영화 속에서는 DJ의 복귀무대를 위해 자신의 PD직을 내거는 장면이 등장한다). "정년까지 꽉 채워 이 좋은 SBS를 지킬 것"이라고 말하며 "까칠한 이재혁과는 달리 난 친절하다. 재혁은 말수가 적지만 난 말도 많다. 그리고 조직에서도 난 YES맨이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등장한 코너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는 PD로서의 그의 바람을 그대로 담아본 것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택시기사로 등장했지만 한 주부 청취자 중에남편이 희귀병이었는데 아이까지 똑같은 희귀병이 걸린 분이 계셨다. 예전 '허수경의 가요풍경'을 할 때 였는데 실제로도 공개방송 때 초청해 맨 앞줄에 앉아 방송을 보고 가셨다. 또 제주도에서 사고를 당해 다리가 절단된 분이 계셨는데 그분 가족이 문자를 보내와 긴급히 헌혈증을 구한다고 하셨었다. 라디오를 통해 수혈을 했고 목숨을 건지셨는데, 그런 청취자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그럴 때는 뿌듯하기 보다 내가 하는 일이 참 중요한 일이구나. 잘 해야겠다 싶어 겁도 난다. 라디오가 다른 방송과 다른 것이 보통은 결과물에 신경을 쓰지만 라디오는 정서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바로 소통하는 매체이니까." 이런 그의 라디오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는 꼭 다음 개편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적용해보고 싶은 코너다.
이 질문을 안할 수는 없었다. '컬투쇼' 하면 딱 떠오르는 아찔한 음주방송. 제작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현지에서 음주 상태의 정찬우가 라디오를 진행해 구설수에 올랐었다.
"방송사고가 난 당시보다 더 아찔했던 것은 정찬우 귀국 후 행보였다. 과연 어떻게 될지. 그런데 정찬우가 연필로 반성문을 써왔다. 한 자 한 자 비뚤비뚤써왔는데 첫 문장이 아들 방에서 아들이 쓰던 연필로 쓴 거라고 한 거였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과였고 일단 믿음이 갔다. 그러니 나도 막아줄 수 있겠다 싶었지."
참, 재혁을 연기한 이정진이 이재익 PD에게 물었단다. "아니, DJ랑 사랑에 빠지는 PD가 어딨어? 이거 PD님이 되고싶은 PD를 쓴거죠?"라고. 여기에 대한 이 PD의 솔직한 대답.
"생각보다 그런 사례들은 많다. 배철수씨, 심수봉씨 모두 라디오PD랑 결혼했다. 찾아보면 꽤 많을 걸. 나? 나는 전혀. 하지만 이민정이 DJ라면 가능할 것이다. 나도 사원증 걸 수 있다. 참, 이민정과는 이제 오빠동생하는 사이다.(웃음)"
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지난 5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사진=퍼스트룩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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