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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최근까지 배우 하정우(34)의 작품 두 편이 박스오피스 1위를 점령했었다. 최민식과 주연을 맡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 전국 411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했으며, 공효진과의 로맨틱 코미디는 역대 로맨틱 코미디 사상 최단기간인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른바 하정우 전성시대였다. 지난 2002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연기자인 아버지 김용건과의 관계를 한동안 숨겼으며, 아버지 후광없이 하정우라는 이름으로 대중에 각인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알고보니 하정우 아버지가 김용건이었더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하정우는 현재 1등 배우를 꿈꾸는 모두의 아이콘이 됐다. 연기력면에서도 또래 배우들 중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대중적 인지도까지 쌓은 그의 전철을 밟고 싶어하는 배우 지망생들이 많다.
그러나 하정우 전성시대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기적같은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하정우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그는 조용조용히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한 배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연 아니면 절대 안돼"라던가, "1등 배급사 아니면 할 수 없어"라는 톱스타적인 고집은 그에게는 없었다.
데뷔 이후 몇 편의 단역을 거친 그는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로 주목받았다. 그 이후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안정된 행보보다는 실험적 시도에 열을 올렸다. 2007년 출연한 미국 독립영화 '두번째 사랑'과 김기덕 감독의 '숨' 등이 그 예다.
또 '비스티 보이즈'(2008), '추격자'(2008), '멋진 하루'(2008), '국가대표'(2009), '황해'(2010), '의뢰인'(2011)에 최근작 두 편에 이르기까지 겹치는 캐릭터는 단 하나도 없다.
하정우와 영화 '의뢰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박희순은 그를 두고 "쉬지 않고 작업하는 친구다. 이렇게 다작하는 친구들을 보고 예전에는 '너무 소비된다'고 말할텐데, 이 친구는 단순히 작품수 뿐 아니라 연기력까지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어 소비된다는 느낌이 크게 안든다. 이제는 하정우가 한 편의 작품을 책임질 수 있는 신뢰도가 있는 배우가 됐다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기복 없이 차곡차곡 계단을 밟아가는 타입"이라고 평가했다.
'제2의 하정우' 전성시대는 반짝이는 그의 현재만 바라봐서는 결코 재현될 수 없다. 그가 지금의 내공을 쌓기까지 어떤 작품에 어떤 배역으로 출연해왔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하정우 전성시대는 충무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는 의견도 있다. 과거에는 이른바 '설송김' 설경구, 송강호, 김윤석으로 대변되는 충무로 최고 티켓파워 배우들이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안정된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호령하기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배우 개인의 노력과 그 시도를 뒷받침하는 작품과의 만남이 흥행을 좌우한다는 것.
20대 청춘스타의 길을 지나 이제는 한 작품을 두루두루 책임져야할 30대 배우들은 점점 변화되는 세태에 그들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개봉작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한 30대 남자 배우는 "점점 길이 좁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여지까지 함께 싸워왔던 배우들과의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책임감도 더 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우는 "그야말로 배우들의 춘추전국 시대가 온 것 같다. 앞으로는 특정 누군가가 이끌어간다기 보다 누가 어떤 작품에 어떤 배역과 완벽하게 만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제는 관객들이 익숙한 네임밸류만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 하정우]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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