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098일만이다.
시계를 2003년 10월 4일로 돌려보자. 당시 삼성 소속이던 이승엽은 대구에서 열린 SK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통렬한 우월 장외 홈런을 터트렸다. 그러나 삼성은 접전 끝에 5-6으로 패배했고, SK에 2연패로 무너졌다. 그리고 그날은 결국 이승엽의 마지막 공식 대구 경기로 기록됐다. 장외 홈런은, 그의 한국 무대 마지막 공식 홈런이었다.
3086일이 흘렀다. 지난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였다. 9년만에 대구구장에 들어선 이승엽은 1회말 SK 윤희상을 상대로 우월 투런 홈런을 치며 대구 팬들에게 이적 신고식을 했다. 비거리가 아주 멀지는 않았지만, 큰 아치를 그리다 관중석에 떨어지는 전형적인 이승엽표 홈런이었다.
이후 이승엽은 시범경기 들어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25일 청주 한화전서는 4안타를 기록했다. 20일 문학 SK전 이후 4경기 연속 멀티히트였고 25타수 12안타로 타율은 0.480이다. 의도적으로 퍼올리는 스윙을 하지 않고 배트 결대로 툭툭 밀거나 정확하게 갖다 맞히는 타법을 선보이며 구장 곳곳으로 타구를 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분명 이승엽의 타격 감각은 현재 최고조에 올라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엽이 시범경기를 치르기 위해 9년만에 대구에 출현한다. 이날 삼성은 롯데와 올 시즌 첫 공식 홈 경기를 치른다. 지난 15일 연습경기서 이미 대구 컴백 신고식을 가졌지만, 어디까지나 비공식 경기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2003년 10월 4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후 이날 3098일만에 대구 팬들에게 공식 홈 경기로 인사를 올리는 셈이다. 시범경기이지만, 엄연히 공식 경기다.
이승엽 개인적으로서는 감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9년 전 대구 팬들은 잠자리 채를 들고 그의 홈런공을 낚아채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의 타구 하나하나에 전국이 들썩인 걸 감안하면, 대구에서 그의 존재는 분명 대단했다. 대구의 슈퍼스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평일 낮에 열리는 시범경기라 팬들이 많이 들어찰 것인지는 예상하기 힘들지만, 이승엽의 첫 공식 홈 경기는 그만큼 대구 팬들과 이승엽에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런 경기서 이승엽이 홈런을 쏘아 올리기라도 한다면, 대구 팬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1승 5패로 시범경기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삼성도 이승엽의 홈런이 터진다면 팀 분위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3098일만에 대구구장 타석에 들어서는 이승엽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리고 대구 팬들은 그를 어떻게 맞이할까.
[사진=이승엽]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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