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에서 보통 안타가 나올 때 관중들은 타구와 주자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그러나 진짜 고급야구를 감상하고 싶다면, 안타가 터질 당시 야수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자 못지않게 내, 외야수들이 약속된 움직임에 따라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중계 플레이에 임한다. 이런 보이지 않는 플레이를 잘한다면, 한 베이스를 더 가려는 주자를 한 박자 빨리 잡아낼 수 있다. 그건 곧, 또 다른 고급야구를 의미한다.
그런데 야수들이 중계 플레이를 연습할 때 흔히 '콜 플레이'를 많이 한다. 쉽게 말해, 타구를 미처 보지 못한 야수들에게 타구의 위치나 상태 등을 소리를 쳐서 동료 수비수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 프로 선수는, 중, 고등학교 시절 그렇게 배웠다.
▲ 소리지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만수 SK 감독은 좀 다른 견해다. 이 감독은 3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박정권에게 왜 소리를 지르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 감독의 지론은 간단하다. 중계 플레이를 할 때 콜 플레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 인기 경기에서는 보통 4~5만명이 구장에 들어찬다. 안타가 나올 때 소리친다고 해서 다른 수비수들이 들릴 것 같나?”라고 말했다.
사실이다. 한국야구는 메이저리그보다 관중 수는 적지만, 관중의 박수와 함성은 더 큰 편이다. 당연히, 안타가 나왔을 때 콜 플레이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부분 선수는 여전히 소리를 친다. 특히 안타 타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포수가 그렇다. 그게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 감독이다. SK 조 알바레스 주루, 작전 코치도 이에 동의했다.
▲ 포수 역할 줄이고 1루수 역할 커져야
그렇다면, 안타가 나올 때 야수들이 콜 플레이 대신 어떤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 감독은 “포수 역할을 줄여야 한다. 대신 1루수와 3루수가 좀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안타가 나올 때 좌측 방향은 3루수가, 우측 방향은 1루수가 바로 포수의 손짓을 재빨리 본 다음 다시 외야 방향으로 돌아서서 마운드 정 중앙에서 안타 방향으로 비켜서고, 외야수-내야수-포수-투수의 일직선 모양으로 서서 커트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야수의 송구로 주자를 직접 잡는 것을 재빨리 판단해 외야수와 포수, 혹은 다른 내야수들의 중계 플레이를 위해 피하거나 백업을 들어가야한다.
결국, 이럴 경우 1루수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 야구에서는 좌타자가 늘어나고 당겨친 강력한 타구가 늘어나면서 우측 안타가 많이 나온다. 이럴 경우 1루수가 재빨리 마운드에서 타구가 날아가는 지점을 파악해 중계 플레이 자세를 갖춰야 한다. 투수와 2루수도 1루수나 3루수의 위치를 보고 움직이면 된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렇게 잘 훈련이 된다면, 굳이 안타가 나왔을 때 동료 야수들에게 소리를 지를 필요가 없다.
▲ 스스로 생각하는 야구
이 감독이 이런 중계 플레이를 강조하는 건 결국 “생각하는 야구”를 위해서다. 언제까지 다른 야수의 소리에,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따라서 수동적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SK 야수들에게 한 베이스를 더 가고, 한 베이스를 덜 주는 야구를 강조하면서 이 같은 고급 야구를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31일 SK 야수들의 중계 플레이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선발 박종훈이 워낙 좋은 투구를 펼치며 이날 롯데는 단 4안타밖에 치지 못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산발이었을 정도로 득점 찬스를 잡지 못했다.
[사진= 수비하는 최정, 박진만(첫 번째 사진부터). 사진=마이데일리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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