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지완, 너 배트 두 자루 다 갖고 있지?” KIA 선동열 감독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지완은 재빨리 “네”라고 대답하고 총총 걸음으로 타격 훈련을 준비한다. 그런 나지완을 보며 선 감독도 흐뭇하게 웃었다. 11일 광주 삼성전을 앞둔 KIA 덕아웃의 풍경이었다. 선 감독은 “내 돈이 많이 나가더라도 선수들이 잘한다면 얼마든지 관계없다”고 웃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선 감독은 삼성 시절부터 타자들에게 종종 배트 선물을 했다. 아무래도 타격은 선 감독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때로는 직접 지도를 하는 투수들에 비해 확실히 스킨십이 적다. 선 감독은 자신이 타자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분명히 전하고, 격려도 하는 차원에서 삼성 시절부터 타자들에게 자주 배트 선물을 했다.
선 감독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도 대부분 KIA 타자에게 배트를 선물했다. “(이)용규나 (김)선빈이는 짧게 치는 스타일이고 무게도 가벼워서 따로 주문을 해놨다”며 둘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주전 타자들에게 롤링스 배트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에서 롤링스 배트의 판매 계약을 맡은 회사가 바로 선 감독이 주니치 시절 용품을 협찬받은 회사다. 선 감독은 “일본에 갈 때마다 아직도 그 회사에서 지원을 해준다. 주니치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는데, 지금도 연락을 한다”라고 웃었다. 물론, 우선적으로 구해주는 것일 뿐, 가격은 에누리 없이 모두 지불해야 한다.
펑고 배트가 아닌 롤링스 정식 배트는 가격이 비싸다. 선 감독은 “한 자루 당 만 5000천엔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돈으로도 한 자루에 10만원이 넘어서는 수준이다. 10명이 넘는 타자들에게 고루 선물했으니 선 감독은 배트 선물에 1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돈을 투자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선 감독은 나지완에게 배트를 두 개나 선물했다. 이유는 나지완이 배트를 잘 부러뜨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지완은 11일 광주 삼성전을 앞두고 선 감독에게 선물을 받은 배트 한 자루를 뽑아들더니 연신 큰 타구를 만들었다. 물론 잠깐 사용했지만, 실전도 아니고 연습 도중 부러뜨리면 어떻게 될까. “나지완이 잘 한다면, 얼마든지 사주죠”라고 껄껄 웃었다. 사실 선 감독은 유독 나지완의 타격 연습을 유심히 바라봤다. 베트 두 자루를 선물한 건 그만큼 나지완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방증이다. 김상현과 이범호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나지완은 최희섭과 함께 팀 타선을 진두 지휘해야 한다.
나지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선 감독에게 받은 배트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타격 연습을 할 때도 잠시 꺼내 몇번 쳐보더니 얼른 기존에 쓰던 것으로 바꿨고, 자신의 배트 케이스에 고이 보관하는 게 꼭 보물을 다루는 것 같았다. 결국 이날 선 감독에게 받은 배트를 실전에서 사용했다. 경기 중반에 야심차게 꺼내드는 모습이었는데, 안타를 치지는 못했다. 나지완은 이날 1안타를 기록했지만, 2회말 첫 타석에 기록한 안타는 기존에 쓰던 배트로 보였다.
사실 나지완이 현재 배트를 주문하고 거래하는 회사는 롤링스 배트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나지완이 롤링스 배트를 대놓고 쓰기엔 눈치가 보일 수 있다는 게 주변의 설명. 또한, 선 감독에게 받은 고가의 배트를 혹여 부러뜨린다면, 그 자체로 나지완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나지완이 이처럼 선 감독에게 받은 배트를 애지중지하는 건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 어쨌든. 나지완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선 감독에게 선물 받은 배트로 홈런을 뻥뻥 때려 팀 승리를 이끄는 일이다.
[헛스윙을 하고 혀를 내밀고 있는 나지완. 사진 = 광주 한혁승 기자 hanph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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