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니퍼트와 탈보트의 만남. 은근히 관심을 끌었다.
이유가 있다. 두산 니퍼트는 지난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로 8개 구단 용병 투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m가 넘는 큰 키를 활용한 타점 높은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의 위력에 타자들이 맥을 추지 못했다. 두산이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탈락했지만, 그런 니퍼트를 올 시즌에도 붙잡아둔 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삼성은 그런 두산이 부러웠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지만,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중반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과 내심 재계약을 노렸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대신 삼성은 니퍼트처럼 15승을 담보할 수 있는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2010년 클리블랜드에서 뛰었던 메이저리그 10승 투수 출신 미치 탈보트를 영입했다. 류중일 감독은 내심 탈보트가 제2의 니퍼트가 돼주길 원했다. 시범경기서 주자견제에 문제를 일으켰지만, 첫 등판이었던 지난 9일 광주 KIA전서 6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제 몫을 했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슬라이드 스텝 시간을 줄였다.
▲ 슬라이드 스텝? 문제는 제구력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면은 있었다. 주자가 나갔을 때 볼끝이 확연이 떨어졌다. 주자를 의식한다는 증거였다. 실제 슬라이드 스텝 시간이 빨라졌지만 말이다. 19일 잠실 두산전도 그랬다. 주자를 의식하니까 주자 봉쇄는 어느 정도 됐는데, 정작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제구력이 흔들리는 바람에 연이어 결정타를 맞았다.
1회 이종욱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곧바로 볼카운트 3-1로 몰렸다. 발 빠른 이종욱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종욱에게 도루를 허용하고 임재철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김동주에게 던진 공이 어정쩡하게 몸쪽으로 떨어지자 여지가 없었다. 삼성의 1-0 리드가 뒤집히는 순간이었다. 3회에도 제구력이 흔들렸다. 변화구가 말을 듣지 않자 직구 위주로 급선회했지만, 도리어 직구를 통타 당했다.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으로 이어지는 두산 힘 있는 중심 타선에 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실점을 했고, 손시헌에게는 바가지 안타를 내주며 아낌없이 줄 점수를 다 줬다.
실제 탈보트가 어느정도 주자 의식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주자가 나갈 때마다 인터벌 시간이 다소 길어지는 등 어느 정도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주자 견제가 아니라 제구력이었다. KIA전서 예리했던 체인지업의 위력이 떨어졌고, 직구도 얻어맞았다. 뒤늦게 직구 비중을 낮췄으나 최고 구속도 146km에 불과했다. 투심을 23개 던졌으나 볼이 13개나 됐고, 슬라이더(10개), 체인지업(10개)는 큰 위력이 없었다. 결국 3이닝 7피안타 5실점을 기록한 뒤 4회부터 차우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경기 후 탈보트에게 따라온 수식어는 패전투수였다.
▲ 초반 위기 극복하고 에이스 위용 과시한 니퍼트
반면 삼성이 탈보트에게 기대했던 롤 모델인 니퍼트는 경기 초반 위기를 잘 버텨냈다. 사실 니퍼트는 1회 제구력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1사 후 우동균에게 맞은 홈런은 높은 코스로 형성된 실투였고, 최형우와 박석민을 연이어 볼넷으로 내준 건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배영섭, 이승엽 등에게 연이어 워닝트랙에서 잡히는 큰 플라이 타구를 내줬다. 이는 볼 끝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뜻이다. 2회에도 2사 후 1,3루 위기를 맞는 등 1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제구력이 흔들렸다. 그러나 삼성은 그럴 때마다 성급한 타격으로 니퍼트를 도와줬다. 2사 2,3루 찬스에서 선제 솔로포를 친 우동균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직구에 헛스윙을 하며 아웃된 게 초반 최대 승부처였다.
이후 니퍼트는 거칠 게 없었다. 점점 제구력이 잡히는 모습이었다. 3~5회 연속 삼자범퇴 처리했다. 3회에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석민을 3루수 병살타 처리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 직구 제구력이 잡히기 전보다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면서 삼성 타선을 차근차근 잠재워갔다. 분명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타자를 처리하는 모습이 단연 에이스다웠다. 결국,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솔로포 2방 외에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를 28개 던졌고, 최고구속은 149km였다. 투심을 23개 던진 것도 재미를 봤다. 위기에서 주자를 의식하다 제구력이 흔들린 탈보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다. 추가로 맞대결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날 맞대결로만 봤을 때는 확실히 니퍼트가 탈보트에게 한 수 위라는 게 입증됐다.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 니퍼트(위)와 탈보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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