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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서현진 기자] '라디오 스타'는 역시 위기에 능했다.
16일 밤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이하 '라스')는 막말 논란으로 하차한 김구라 없이 4MC 김국진, 윤종신, 유세윤, 규현이 꾸민 첫 번째 시간이었다.
김구라의 하차는 '라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불편한 질문들로 독한 캐릭터를 자처해온 김구라는 프로그램 성격을 가장 잘 대변했던 대체불가의 인물이었고, 그의 하차로 인해 '라스' 폐지설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날 김구라가 빠진 '라디오스타'에서 그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초반부터 김구라의 부재를 의식하며 경쟁하듯이 독설을 내뱉는 4MC 모습도 그동안 '라스'가 표방해왔던 이미지와 맞물려 어색하지 않게 부각됐다.
또 여타 예능프로그램은 막말 논란에 따른 김구라의 하차와 관련해 언급을 피한 반면에 '라스'는 김구라의 잠정은퇴를 특유의 깐죽오프닝 소재로 사용하며 '라스' 내 입지경쟁을 위한 팀킬도 불사했다.
MC 김국진은 "셋째가 떠나갔다. 이 시간에 우리를 TV로 볼 줄 몰랐다"고 김구라를 언급했고, 윤종신은 "덩치 크고 턱긴 내 동생.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야식을 먹어도 시간이 남을 것"이라고 말하며 김구라의 하차를 '라스'만의 색깔로 무겁지 않게 알렸다.
이어 그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윤종신 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규현 역시 "독한 아이돌인 내가 있다. 그분의 가르침을 명심하겠다"고 밝히며 "오늘 규쇼 느낌으로 분장을 했다"고 야침찬 포부를 드러냈다.
김구라 공백을 최소화한 데에는 '라디오스타'의 기획 섭외도 빛을 발하며 한몫했다. 김구라의 독한 캐릭터는 게스트 손진영의 활약으로 대체됐다.
이날 방송에는 가수 허각, 서인국, 손진영, 구자명 등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와 MBC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 출신 가수들 이 게스트로 등장했다.
이날 손진영은 "'슈스케'는 뿌리가 없다" "우리 '위탄'은 문화방송이다. 격이 다르다"는 등의 발언들로 허각과 서인국을 도발했다. 또 방송 내내 '슈스케'를 의식하며 견제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허각은 지지않고, '위탄' 출신이라는 자부심에 똘똘뭉친 손진영에게 "(1등한) 백청강이라면 이해하겠다"는 말로 당시 4위한 손진영을 겨냥한 독설로 맞대응해 치열한 신경전을 보였다.
4MC는 이러한 라이벌 구도를 적극 이용했고, 불꽃 튀는 경쟁을 유발하며 대결을 부추겼다. 주로 MC들과 게스트 간의 미묘한 신경전 양상을 보여왔지만 이날만큼은 게스트간의 경쟁으로 불붙어 김구라없는 '라스'임에도 독설은 활발하게 오갔다.
허각은 당시 '슈스케' 심사위원이던 윤종신에게도 "칭찬은 많이 해주셨지만, 점수는 조금 주더라. 존박에게 더 후했다"고 폭로했고, 윤종신이 다른 참가자에게 "허각보다 낫네?"라는 말을 한 사실에 서운함을 내비치며 윤종신까지 불편한 마음을 심어줬다.
특히 이날 손진영은 '라스'에 적합한 공격적이고 단순한 감정변화로 새로운 예능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덕분에 톱스타들이 출연하지 않아도 항상 평균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 '라스'의 매력을 배가시키며 의외의 히든카드로 김구라의 공백을 채웠다.
그동안 '라디오 스타'는 '황금어장'의 코너 '무릎팍도사'의 선전 속에 5분 편성이란 찬밥신세를 겪었지만, 새로운 예능스타일을 구축하며 단독편성까지 이끌어낸 저력이 있다. '라디오스타'는 프로그램의 중심이던 김구라의 부재로 가장 큰 위기를 맞았지만 변함없는 웃음의 크기로 어느정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게 했다.
김구라 빠진 '라디오 스타', 김구라가 봤다면 야속할 정도로 웃음이 넘쳤다.
[김구라의 공백을 채운 '라디오스타' 4MC 김국진, 윤종신, 유세윤, 규현(첫 번째 사진 위부터)-활약을 펼친 허각, 서인국, 손진영, 구자명(두 번째 사진 왼쪽부터). 사진출처 = MBC 방송 캡처]
서현진 기자 click07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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