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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의 맛' 에바·'다른나라' 안느가 들춰낸 불편한 현실[배선영의 짚어보기]

시간2012-05-18 08:23:11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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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임상수 감독의 영화가 올해 동시에 칸 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반가운 소식 속에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작품 모두 외국인 여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홍상수 신작 '다른 나라에서'는 주인공이 바로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다. 세계적 명성의 이 여인은 '다른 나라에서'에서도 우아한 몸짓을 드러냈다. 총 세 명의 다른 안느를 연기한 그녀의 연기는 홍상수 식 유머코드와도 퍽 잘 어울렸다.

임상수 신작 '돈의 맛'에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필리핀 여배우 마우이 테일러가 등장한다. 극중 하녀 에바 역을 맡은 그녀는 임상수 감독의 전작 '하녀' 주인공 은이(전도연)와도 겹쳐진다. 강도높은 노출연기까지 선보인 마우이 테일러는 단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연히도 두 편의 영화에 외국 여배우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이중적인 시각이 은연 중에 드러나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안느와 에바를 향한 극중 인물들의 시각은 얼핏 상반되면서도 이중적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했다.

먼저 '다른 나라에서'에는 모항이라는 작은 해변마을을 찾게 된 안느를 둘러싼 한국인들의 행동이 그려진다. 친절한 얼굴로 추근덕대는 남자들과 말을 못 알아듣는다며 웃으며 험담을 하는 여자들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낸다. 이들 모두 안느를 예쁘장한 외국인 여자로 바라보지,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지는 못한다. 안느가 유명한 여감독이거나 불륜을 저지르는 여인이거나 혹은 이혼을 한 여인이거나, 그녀라는 인간체가 담고있는 이야기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이름이 예쁜 안느이다. 이처럼 영화는 언뜻 안느의 모항 여행기인 듯 보이지만 실상 안느의 시점보다는 안느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을 더욱 부각시킨다.

'돈의 맛' 속 에바는 최상류층 윤회장(백윤식) 집 하녀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의 신분은 최하위다. 에바는 윤회장과 내연의 관계인 사실을 들키고 최고조의 모욕을 겪는데, 그녀 역시도 인격체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모욕을 주는 방식이 더욱 처절하다는 점이 안느와는 다르다. 영화의 내용을 벗어난 이야기지만, 혹자는 극중 에바만 가슴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윤여정, 김효진과의 차별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자기 나이 갑절이나 되면서 호시탐탐 몸을 탐하기 급급한 윤회장과의 관계가 애틋한 사랑처럼 그려진 대목도 에바의 시각을 제대로 담지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칸을 향하는 두 영화가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을 확인시켜줬다. 반대로 칸에서는 이들 두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사뭇 궁금해진다.

['다른 나라에서' 안느(왼)와 '돈의 맛' 에바. 사진 = 영화제작 전원사·시너지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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