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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연극판 출신 배우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비록 무대에서 오랫동안 여물어 데뷔는 늦지만 연극배우 출신 중 많은 수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최고의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그 명단에 추가될 인물이 하나 늘었다. KBS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에서 천재용 역할을 맡고 있는 이희준이 바로 그다. 명계남, 강신일, 문성근, 송강호, 유오성, 박철민, 조희봉, 박원상 등 걸출한 배우들을 배출해낸 극단 차이무 출신인 그는 ‘넝쿨당’의 국민 남편 방귀남(유준상)의 인기를 버금갈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희준이 맡은 캐릭터는 그동안 숱한 드라마에 등장했던 재벌 2세 ‘실장님’ 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면서 자상한 차도남과는 다르게 사투리가 묻어나는 어설픈 서울말과 부자연스러운 감정 표현까지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경상도 남자의 전형이다. 181cm의 큰 키에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지만 약간 매서운 눈매와 남성적인 턱 선까지 외관상 까칠한 천재용과 썩 잘 어울린다. 여성스럽지 못하고 덜렁대는 방이숙(조윤희)을 티격태격 삐걱대며 천방 커플로 깨알 같은 애정을 깊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재용은 이희준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경상도 출신으로 조금 무뚝뚝한 성격,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성향 등이 고스란히 캐릭터에 묻어 있다. 영남대에서 화학공학과를 다니던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이희준이 배우가 된 것은 우연이었다. 군 입대를 앞두고 환송회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래서 군대 면제가 됐다. 그 공백기에 아동극단 공고를 보고 대구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이후 극단 차이무로 자리를 옮겨 주연으로 활동하며 대학로에서 이름을 날렸다. TV에 출연한 것도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2010년 연극 ‘B언소’에 출연 당시 KBS 드라마 스페셜 PD의 눈에 띄어 단막극에 여러 차례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희준의 가장 큰 장점은 지독할 만큼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라는 것. 실제와 연기와 실제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실제 연기가 잘 안되면 일상생활의 주변에서 힌트를 얻는다는 그는 취객 연기가 어려워 실제로 취객을 30분 정도 따라가며 그 모습을 관찰한 적도 있다고 한다.
‘넝쿨당’ 천재용 또한 경상도에 계신 아버지를 보면서 캐릭터를 잡았다. 또한 실제 여자친구가 짧은 치마를 입는 걸 싫어할 정도로 고지식한 자신의 모습과도 꼭 닮았다. 극중 캐릭터와 자신과 정서가 꼭 닮아 완벽한 싱크로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연극,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키워온 노력은 차곡차곡 성장시켰고, 또 한명의 명배우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넝쿨당’을 통해 꽉 찬 연기를 갖추고 굴러온 배우 이희준. 그의 연기 넝쿨 끝에 열린 결실이 사뭇 궁금해진다.
[이희준. 사진 = KBS 제공, 영화 '화차', '특수본'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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