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팀의 간판스타가 2군으로 내려갔다.
삼성은 지난 21일 최형우와 배영섭을 1군 말소하고 22일 김헌곤과 우동균을 1군 등록했다. 배영섭은 최근 5경기 18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최근 5경기서 20타수 7안타 2타점으로 타격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지난해 타격 3관왕이 타율 0.206에 홈런 없이 11타점이라는 성적이 다소 빈약한 건 사실이지만, 2군행은 꽤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최형우는 지난 2008년부터 삼성이 전략적으로 육성해온 박석민, 채태인과 함께 ‘영건 중심타선 삼총사’의 일원이다. 그런데 박석민, 채태인보다 성장세가 빨랐고, 지난해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면서 리그 최정상급 타자로 거듭났다. 그에게 붙박이 4번 타자를 맡기면서 팀의 간판 타자다운 책임감을 원했던 류중일 감독의 주문에 보답을 한 것이다. 최형우는 그렇게 라이온즈의 중심으로 크고 있다. 현재 삼성 타선엔 이승엽이라는 스타가 돌아왔지만, 정신적 지주의 의미가 강하다. 결국 향후 10년간 계속 중심타자 역할을 해야 하는 최형우에게 거는 기대와는 의미가 다르다.
이런 최형우가 올 시즌 끝없는 부진에 빠져있다. 류 감독은 그런 최형우에게 믿음과 격려를 보내며 기다려줬다. 최형우도 특별타격훈련을 소화하며 부활의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될 듯 될 듯하면서도 끝내 시원한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삼성도 승패 차 적자 속 5할 승률을 회복하기에 바빴다. 물론 올 시즌 삼성의 부진은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다. 하지만, 팀의 상징인 4번의 부진은 분명 뼈아픈 부분이다. 더욱이 최형우 하나가 살아나길 기다리기엔 팀이 너무 급박한 상황에 몰렸다. 시즌이 4분의 1이 지났지만, 삼성은 5할 승률을 거두지 못한 채 6위에 머물러 있다.
결국 류 감독도 이제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봤다. 위기 속에서 최형우를 2군으로 보냈다. 정신무장을 하자는 일종의 매시지를 전한 것이다. 잘 움직이지 않던 류 감독의 무언의 액션은 효과를 봤다. 삼성은 22일 대구 롯데전서 경기 막판 타선의 짜임새를 뽐내며 3연패를 끊었다. 최형우 없이 거둔 승리라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주장 진갑용도 삭발을 하며 남다른 각오를 보여줬고, 선수들은 간판스타 없이도 “으?X으?X”했다.
어쨌든 최형우의 공백이 길어질 가능성은 적다. 빠르면 6월 1일 대구 두산전서 돌아올 수 있다. 어차피 최형우 없는 삼성 타선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 사이 삼성은 롯데-SK로 이어지는 홈 5연전과 한화와의 원정 3연전이 준비돼 있다. 만만치 않은 일정이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일 필요도 없다. 최형우 대신 4번에 들어선 이승엽은 여전한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고, 박석민과 강봉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간판 타자가 없다는 위기감이 내부적으로 적절한 긴장감을 형성한다면 단기간 내에 분위기 반전은 충분히 가능하다. 사실 류 감독이 노리는 효과도 이런 것이다.
삼성은 5월 잔여 8경기서 어떻게든 5할 승률을 회복하고 6월을 시작해야 한다. 최형우는 어떻게 보면 팀의 대반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곧 류중일 감독도 아직 반등의 기회가 있음을 알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형우가 없는 동안 삼성이 반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최형우도 1군에 복귀해서 불꽃 같은 타격감을 뽐낸다면 삼성은 충분히 여름 대반격을 노릴 수 있다.
[2군으로 내려간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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