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네, 힘들어요” “OK 사인이라니까.”
5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덕아웃은 늘 그렇듯 분위기가 좋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됐던 SK와의 주중 홈 3연전서 이미 2승을 챙겨 위닝시리즈를 거뒀기 때문이다. 양승호 감독은 4일 경기 에피소드를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 역시 유쾌했다.
롯데는 4일 선발로 라이언 사도스키를 내세웠다. 그는 6⅓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챙겼다. 2경기 연속 퀄러티 스타트를 하며 6월 부진을 털어냈다. 그런데 원래 사도스키는 페이스가 좋아 7회를 다 채울 예정이었다고 한다. 양 감독은 “원래는 7회까지 사도스키가 던지고 8회부터 불펜 투입하려고 했지”라고 털어놨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사도스키가 7회 안타를 맞자 양승호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교체가 아닌 한 템포 쉬어가기 위한 것이었다. 양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사도스키에게 형식적으로 “힘드냐?”라고 물었는데, 사도스키가 대뜸 “네 힘들어요”라고 말하더니 공을 넘기려고 해 양 감독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한다.
이에 양 감독은 “아니, 사도스키가 한국말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또박또박 ‘네 힘들어요’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니까”라며 박장대소했다. 양 감독은 사도스키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도스키를 빼고, 곧바로 최대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기자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재미있는 상황은 또 있었다. 전날 경기 막판 홍성흔이 2루타를 치고 출루해 관중석에 ‘하트’표시를 했던 것인데, 당시 기자실에선 “관중석에 화리(홍성흔의 딸)가 와서 그랬나 보다”라고 추측했다.
완벽한 오산이었다. 양 감독은 “아니, 홍성흔이 대뜸 나한테 '사랑해요'라고 하트 표시를 하는거야. 깜짝 놀랐어”라고 말해 또 한번 기자들을 웃겼다. 알고 보니 양 감독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은 홍성흔이 2루타를 친 뒤 몸상태가 괜찮은지 물어보기 위해 권두조 수석코치를 통해 사인을 보냈는데, 홍성흔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낸다는 게 자신도 모르게 하트 표시가 됐다는 것이다.
어쨌든 롯데로선 웃고 넘길 수 있었다. 사도스키는 자신이 내려갔다고 말한 뒤 강판했지만, 호투했고, 홍성흔은 격렬한 주루를 하고도 통증을 느끼지 않았으니 말이다.
[사도스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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