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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과거 케이블 채널에서는 지상파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나 선정적인 재연 프로그램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케이블 채널이 생긴지 어느덧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발전해왔다.
지상파에서 인기를 누리던 프로그램에 약간의 변화를 줘 케이블 채널로 넘어가는 경우는 이제 옛말이다. 물론 MBC '무한도전'의 여성판 MBC every1 '무한걸스'나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MBC MUSIC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음식 소개 프로그램에 예능을 가미시킨 '식신 원정대' 등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와는 다뭇 다른 양상이다.
바로 케이블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다. 역으로 케이블 채널에서 지상파로 넘오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면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중인 프로그램들 중 정말 '볼 만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자동자 버라이어티 '탑기어코리아'
엠넷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와 XTM '탑기어코리아'(이하 '탑기코')가 대표적인 예능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해외 프로그램의 그것을 국내 색깔에 맞게 변경해 성공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먼저 '슈스케'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슈스케'의 성공은 지상파 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몰고 왔고,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 스타' '기적의 오디션', KBS 2TV '탑밴드' 등 각 방송사는 앞다퉈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슈스케'만큼 파급력이 있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국내 최대 기획사를 앞세워 만든 'K팝 스타' 역시 '슈스케'의 파급력은 따라가지 못했다. 생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긴장감이 더욱 극대화되는 '슈스케'에 반해 'K팝 스타'는 생방송 시작 후 반응이 식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XTM에서 방송중인 '탑기코'는 영국 BBC에서 방송된 '탑기어 UK'의 포맷을 구입해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은 사로잡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남성 시청자들은 '탑기코'에 열광한다.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들인다.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들의 대결을 다루고, 그 차의 성능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광고와도 직결된 문제로 다소 민감할 수 있지만, '탑기코'에서는 솔직하고 거침없다. 이런 부분은 '탑기어 UK'를 만들어낸 영국에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다. 바로 영국에는 자체 생산 자동차 브랜드가 없기 때문.
'탑기코'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케이블 채널에서만 하는 프로그램이라던지, 남성들의 강인함을 교묘하게 건들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프로그램의 높은 완성도에 있다. 지난해 BBC 총괄 사장 아담 워델은 '탑기코' 제작진에게 "훌륭한 작품을 만든 제작진에게 축하를 드리기 위해 메일을 쓴다. 원작 못지 않은 '탑기코'에 깜짝 놀랐다"는 메일을 보내 그 완성도를 짐작케 만들었다.
드라마의 새 장 '막돼먹은 영애씨', 발칙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케이블 채널의 장점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선에 있는 tvN 다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막영애')와 로맨스와 에로스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로맨스가 필요해'(이하 '로필')가 그 주인공이다.
'막영애'는 그동안 여주인공은 예쁜 캔디형 캐릭터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 몸매가 좋지도, 예쁘지도 않은 노처녀 주인공이 능력있는 훈남과 연애를 즐긴다. 여타의 드라마가 추구하는 판타지는 없다. 차라리 리얼에 가까운 일상을 보여주며 공감을 얻어내 벌써 시즌10에 접어 들었다.
보통 드라마들이 시즌제에 돌입할때면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을 예로 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막영애'는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기이한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언제나 벗어나고 싶은 답답한 일상이지만 '막영애'에는 그런 일상에서 공감을 얻어내고,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며 장수하고 있다.
'막영애'가 리얼을 그리고 있다면 '로필'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는 않다. '로필'의 매력은 여성의 판타지에서 출발해 현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마치 한국판 '섹스앤더시티' 같은 느낌이다.
시즌2로 돌아온 '로필'은 시즌1에 비해 더욱 발칙해지고 과감해졌다. 사귀지는 않고 잠만자는 남녀,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연인,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일명 쇼윈도 부부까지 등장하며 지상파 채널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드라마적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리얼리티의 정점 '화성인 바이러스', 코미디계의 신세계 '롤러코스터'
뭐니 뭐니 해도 케이블 채널의 묘미는 리얼리티와 오락적 요소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는 리얼리티를, '롤러코스터'는 오락적 요소의 신세계를 발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화성인 바이러스'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독특한 사람들, 일명 화성인이 출연해 자신의 독특함을 자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스튜디오에서 증명할 수 있는 리얼리티다. 최근에는 모든 것을 종이에 싸서 먹는 'A4쌈녀'가 등장했다. 이 여성은 스튜디오에서 직접 종이를 먹으며 화성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했다. 케이블 채널에서 생긴 프로그램이 지상파 채널에까지 영향을 줬다. 바로 KBS 2TV '안녕하세요'가 그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화성인 바이러스'에 등장하는 화성인들은 독특함이 고민이 아니지만, '안녕하세요'에는 주변인들이 괴로움, 혹은 불편함을 느껴 고민이 생겨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점이다.
'롤러코스터' 역시 케이블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9년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남녀탐구생활' '만약에 극장' '헐!' '여자가 화났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새로운 코미디를 탄생시켰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tvN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손꼽혔으며, 당시 시청률(AGB닐슨미디어 수도권 기준) 4%대를 기록하며 지상파 채널 못지 않은 인기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남녀탐구생활'에 출연했던 정가은은 프로그램의 인기 상승에 힘입어 지상파에까지 진출하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슈퍼스타K, 탑기어코리아,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0, 로맨스가 필요해2,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자, 롤러코스터 포스터. 사진 = 엠넷, tvN, XTM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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