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현우에게서 심권호의 향기가 난다.
‘한국 레슬링의 희망’ 김현우(삼성생명)가 8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2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르만형 66kg급 결승전서 마타스 로린츠(헝가리)를 꺾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정지현 이후 8년만에 한국 레슬링에 금메달을 안겼다.
김현우의 금메달은 결과도 결과였지만, 내용이 더 좋았다. 김현우는 우승 과정 속에서 매 경기 화끈한 레슬링을 선보이며 더위에 지친 한국 국민을 잠시나마 시원스럽게 해줬다.
레슬링은 2분씩 치러지는 3라운드 중 2라운드를 먼저 따내면 승리한다. 득점 없이 1분이 지난 뒤엔 곧바로 파테르 공격 혹은 수비가 진행된다. 이럴 경우 공격에 성공하면 그 선수가 승자가 되고, 공격에 실패할 경우, 즉 수비자가 방어에 성공할 경우 그 선수가 승자가 된다. 세계 레슬링이 평준화되면서 이런 상황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김현우는 파테르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가 완벽했다.
특히 공격에서는 시종일관 화끈한 기술을 선보였다. 상대 선수를 메치고 고꾸라뜨리는 기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스러움 그 자체였다. 또한 준결승전서 상대의 파테르 공격 시작과 함께 곧바로 빠져나오는 기민함을 선보인 것도 압권이었다. 승패를 떠나 내용이 너무 좋았다. 김현우는 런던올림픽 레슬링이 시작될 때 정지현에게만 쏠렸던 관심에 대한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좋은 내용과 결과로 레슬링의 끊어진 금맥을 8년만에 이었다.
이런 김현우에게 흡사 과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그레코르만형 48kg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그레코르만형 54kg급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한 심권호의 모습이 보인다. 심권호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에서 두 체급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내 유일의 레슬러다. 김현우가 대선배인 심권호의 명성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우승을 해내는 과정은 심권호만큼 시원하고 화끈했다.
심권호의 최대 강점은 역시 파테르 상황에서의 옆굴리기였다. 남다른 힘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시원스러운 공격을 퍼부었고, 완벽한 수비를 선보이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다. 매 경기 화끈한 레슬링을 선보이는 심권호에게서 한국 국민은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김현우가 그 모습을 2012년 런던에서 12년만에 재현했다.
이제 김현우는 정상에 서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정상 수성에 나선다. 심권호는 올림픽 정상 수성에도 한 차례 성공한 전설이었다. 김현우가 심권호의 뒤를 잇기 위해 지금보다 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끝까지 시원스러운 기술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것인지 기대된다.
[김현우. 사진 = gettyimage/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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