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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노장의 태극마크는 아름다웠다.
한국 남자탁구가 결국 중국에 무너졌다. 유남규 감독이 이끄는 남자탁구대표팀은 8일 밤(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1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 결승전서 중국에 게임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결국 원하던 8년만의 올림픽 금메달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의 도전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 눈물겨운 2번시드 획득
남자탁구는 애당초 포커스를 단식보다 단체전에 뒀다. 4단식-1복식으로 치러지는 단체전은 긴 호흡으로 치러진다. 감독의 역량과 팀워크가 중요하다. 개인의 기량에선 절대 강자 중국에 밀리는 한국으로선 당연한 선택이었다.
대표팀은 강행군을 펼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을 결승전 이전에는 피하겠다는 생각이었다. 1번 시드가 확실한 중국을 대신해 2번 시드 획득에 사활을 걸었다. 시드 배정은 7월 세계탁구연맹 랭킹에 의한 것. 개개인의 랭킹 포인트 합산으로 시드가 배정되는데, 한국은 그간 전 세계를 돌며 랭킹 포인트를 쌓았다. 유력 라이벌 독일도 꾸준히 성적을 냈다. 결국 한국은 6월 일본 오픈을 마친 뒤 독일이 불참한 브라질 오픈에 곧바로 출전하는 초강수를 뒀고, 맏형 오상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꿈에 그리던 2번 시드를 획득했다. 평균나이 32.3세의 오상은(35, 대우증권), 주세혁(32), 유승민(30, 이상 삼성생명)의 투혼이 빛났다.
▲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태극마크, 후회는 없었다
오상은, 유승민, 주세혁은 30대다. 여기저기에 잔 부상도 많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는데, 대표팀과 대한탁구협회는 이들이 후회 없이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게 배려했다. 실제로 베테랑 3인방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런던올림픽에서 똘똘 뭉쳤고, 북한, 포르투갈, 홍콩을 연이어 꺾으며 결국 중국과 결승전서 만났다.
결승전서 만난 중국은 중국이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실력 격차는 분명히 존재했다. 한국은 노련미에서 중국보다 앞서 임기응변 능력에서 뒤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국은 승부처에서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첫 경기서 세트스코어 0-2로 뒤지던 유승민은 3세트를 따냈으나 4세트서 범실이 나왔고, 마롱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유승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마롱의 드라이브를 수비했다. 대표팀 퇴출 파문, 무릎과 어깨 부상을 이겨낸 인간 승리였다.
2단식에는 주세혁이 나섰다. 주세혁의 런던올림픽은 특별하다. 2004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으나 소득이 없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엔 출전하지 못해 이번이 올림픽 세 번째 도전이자 첫 메달 도전. 결국 이번 단체전 결승진출로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기왕이면 금메달을 땄으면 하는 마음에 사력을 다했다. 매세트 명승부를 펼쳤다. 2세트를 가져왔고, 3~4세트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이자 최강의 드라이브 능력을 보유한 장지커에게 맞드라이브로 끈질기게 대응했다. 3~4세트를 패배했으나 최선을 다했다.
3복식은 맏형 오상은과 유승민이 나섰다. 특히 35세의 맏형 오상은의 분전이 돋보였다. 세계 최고 드라이브를 구사하는 장지커와 날카로운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왕하오에게 침착한 경기 운영능력을 선보였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한 발짝 더 뛰는 수비는 감동 그 자체였다. 유승민과 주세혁이 마지막으로 한 차례 더 올림픽에 도전할 여지가 남아있지만, 오상은은 정말 마지막이란 절박한 심정이 돋보였다.
결국 결과는 패배였다. 중국 탁구는 왜 자신들이 세계 최고인지를 유감없이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다. 그래도 한국 베테랑 3인방의 마지막 도전은 아름다웠다. 기술은 약간 뒤쳐졌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와 공을 향한 투혼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싸움을 했다.
[탁구대표팀. 사진 = 런던(영국)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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