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국내 가요프로그램만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현실”
“세계적 신드롬은 인정하지만..정확한 집계에 의한 결과”
신곡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화제를 몰고 있는 싸이가 유독 국내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만 외면 받고 있다.
현재 순위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은 KBS 2TV ‘뮤직뱅크’와 엠넷 ‘엠카운트다운’이 있다. SBS ‘인기가요’는 지난달 뮤티즌송으로 사실상 1위 트로피를 줬던 순위제를 폐지했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는 지난 10일 방송된 ‘뮤직뱅크'’에서 싸이와의 접전 끝에 ‘아름다운 밤이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싸이는 지난달부터 슈퍼주니어의 ‘섹시, 프리 앤 싱글’과 씨스타의 ‘러빙유’, 비스트에 이르기까지 3주 연속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엠카’에선 비스트가 16일 싸이와 보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 3주 연속 1위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바뀌는 음원 시장에서 한 달 넘게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굳건히 하며 장기 집권 중이다. 16일 가온차트에 따르면 음원 다운로드건수도 2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유투브 조회수가 3400만을 넘어섰고 뮤직비디오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쏟아지고 국내를 넘어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극찬과 해외 유수 언론매체의 조명 등의 관심을 제치고라도 국내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선 2인자 대접을 받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지구촌을 ‘강남 스타일’로 물들인 싸이가 유독 국내 가요프로에서만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
‘뮤직뱅크’의 순위를 정하는 K-chart 산정 방식을 보면 한 주간의 유선 음악 서비스 점수와 모바일 음악 서비스 점수를 합산해 순위 집계한다. 디지털 음원(65%) +음반 판매(5%) + 방송횟수(20%) +시청자선호도 (10%)를 반영한다. 휴대폰 다운로드 및 컬러링 점수 등을 포함한 디지털 음원이 65%라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음원에 강세를 보인 싸이는 1위를 하지 못했다. 즉 다른 35%에서 밀렸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 싸이는 슈퍼주니어와 비스트에는 음반 점수와 방송 점수에서 크게 뒤졌고 씨스타에는 방송점수에서 밀렸다. 기타 시청자 선호도는 KBS 방송문화 연구소에서 자체 설문 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에 대해 '뮤직뱅크' 조성숙 PD는 "기준은 '뮤뱅'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주어진 기준대로 자료를 받아서 집계한대로 산출해 순위를 매겼다. 싸이의 합산 점수가 더 높았다면 싸이가 1위를 했을 것이다. 싸이가 지금 엄청나게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번만 특별한 기준을 적용할 수도 없는 거고 왜 1위를 못하냐고 하면 더 말씀 드릴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 PD는 "뭔가 다른 불순한 의도를 넣어 집계했다면 지금까지 순위 프로그램으로 존속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기준을 매겨도 모든 이들을 충족시킬 수는 없지 않겠는가? 또 순위 집계 기준은 그때 그때 트렌드나 변화에 맞춰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엠카' 최승준 PD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현재 ‘엠카’는 음원 판매량 45%, 음반 판매량 10%, 글로벌 음악팬 투표 15%, 음악 지식인 10%, 방송점수 5%, 실시간 음원차트 5%, SMS 투표 10%를 순위 집계에 반영하고 있다.
최 PD는 "싸이의 이례적인 세계적인 신드롬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같은 특정 케이스나 작금의 분위기, 느낌만으로 기준을 그때그때 바꿀 수는 없다. 싸이가 음원이 좋다고 무조건 1위로 연결돼야 되는 건 아니다.
‘엠카’에서 제시한 정확한 집계 기준에 맞춰 순위를 산출했다. 음반의 경우는 정규 앨범 출시를 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1위 선정은 음원의 인기와 함께 가수의 인기도 같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엠카’에서만큼은 인기의 척도를 같이 보고 있다. 팬텀이 일방적인 구매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는데 팬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그 가수의 인기라고 생각하고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라고 본다"고 견해를 전했다.
또 "'엠카’가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간 순위 선정 기준도 바뀌어 가고 있다. 완벽한 집계 방식이라고 볼 순 없지만 조금씩 보안해나가고 있다. 글로벌 팬 투표를 반영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는 K-POP 한류 붐을 반영해 외국인들만 하는 투표다"고 보충설명했다.
하지만 가요에서 10년 이상 몸담은 현직 매니저는 이같은 방송사의 입장에 "KBS에서 1등을 하려면 여전히 음반이 많이 나가야된다고들 말한다. 변화를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구시대적인 집계방식을 따르고 있다. 집계에는 음원의 비중이 높다지만 실제로 음원은 차트 순위 위주로 보고 음반은 판매량으로 점수를 매기는 부분이 달라 음원이 높더라도 결국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방송 기여도가 방영될 수 밖에 없는 방송출연 점수, 시청자 선호도 조사는 기준이 더 모호하다. 솔직히 그 부분은 PD 재량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현재 세계에서 싸이의 인기는 상상 초월이다. 일부에선 언론 플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자발적인 패러디들이 쏟아지고 있고 싸이 당사자도 놀랄 정도로 해외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국내 언론에 알려진 것 그 이상이라는 귀띔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외면받는 현 가요 방송사 시스템이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팬덤이 강한 아이돌이 아닌 정말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가 1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안돼야 할 것 같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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