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그대로 주저 앉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자리를 찾았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SK는 23일 한화와의 경기에 5-2로 승리하며 7연승을 달렸다. 덕분에 경기가 없던 롯데를 제치고 2위까지 올라섰다. 55일만의 2위 탈환이다.
사실 순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3위 롯데와는 0.5경기차, 4위 두산과는 1.5경기차 밖에 나지 않는다. 2연패만 빠지더라도 언제든 4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순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SK가 예전 모습을 찾았다는 점이다. 선수들간 유기적인 플레이가 이뤄지며 작은 부분에서 상대를 앞서는 모습이다. 7연승 기간 중 1점차 승리가 4차례, 3점차 이내 승리가 6차례였다.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결국 승리를 이끌어내던 지난 몇 년과 비슷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SK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SK는 7월 11일 문학 넥센전에서 2-7로 패하며 수많은 굴욕을 맛봤다. 2215일만의 8연패, 1182일만의 4할대 승률, 2109일만의 6위가 그것이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이대로 무너지는 듯 했다. 지난 몇 년간이라면 쉽사리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다.
결국 SK는 자신들의 모습을 찾았다. 그렇다면 감독과 선수가 바라보는 'SK가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선수들이 가을 DNA가 있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는 꼭 농담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가을 DNA'라는 말은 SK가 시즌이 끝나는 가을이 다가옴에 따라 강해지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다.
이 감독은 "지난 5년동안 좋은 성적을 낸 팀이라 가을이 되면 선수들의 마음자세가 달라진다. 좋은 성적을 올리면 그만큼의 혜택을 받는 것을 안다. 결국 그 맛을 안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선수들이 얻은 것은 연봉 인상, 보너스 등 금전적인 혜택만이 아니다. 지난 5년간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으로 돌아왔다.
박정권은 "긴박한 상황이 되면 선수들이 오히려 차분해진다. 다른팀은 눈에 불을 키고 할 때 나를 비롯한 우리팀 선수들은 더욱 침착하게 대처한다"고 설명했다. 큰 경기를 많이 치르다 보니 이제는 긴장감과 즐기는 것이 적절히 섞이게 된 것이다.
이번 7연승은 박정권의 말이 현실로 옮겨진 결과다. 7연승에는 롯데전 2연승, KIA전 3연승이 포함돼 있다. 모두 4강 경쟁팀이다. KIA와의 3연전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SK는 KIA와 1.5경기 밖에 나지 않았다.
더욱이 부산에서 이틀 연속 혈전을 치르고 인천으로 돌아온 상황이기에 여건도 좋지 않았다. SK는 기회이자 위기인 상황에서 결국 자신들의 본색을 드러내며 순위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2위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상황에서 SK의 최종 순위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언제든지 열려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지난 5년간 쌓아온 것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SK는 결국 자신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SK 선수단.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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