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화에 박찬호란 어떤 존재일까.
한화 박찬호가 지난 10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박찬호는 올 시즌 22경기서 5승 9패 평균자책점 5.07로 부진하다. 특히 8월 5경기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7.52를 기록했고, 지난 2일 대전 KIA전서 3이닝 9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지며 슬럼프 기미마저 보였다. 모든 일엔 원인이 있는 법. 박찬호는 전반기 막판부터 팔꿈치와 허리가 썩 좋지 않았다. 올스타전을 갑작스럽게 결장한 것도 허리가 아파서였다.
후반기부터 박찬호는 확실히 구위나 제구력이 모두 정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몸이 오작동하니 제대로 된 볼을 뿌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버텼다. 추락하는 팀을 두고볼 수 없었던 데다 한대화 전 감독 퇴진과 맞물려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다고 내색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11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한용덕 감독대행은 “찬호의 팔꿈치 안에 뼛조각이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했다.
한 대행은 전혀 놀랍지 않은 듯 태연하게 말했다. “나도 선수시절에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다녔다. 손으로 잡히기까지 했다. 찬호도 마찬가지다. 투수가 오래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라며 박찬호의 몸 보호를 위해 1군에서 제외됐음을 밝히면서 “당분간 피칭은 하지 못할 것이다. 대신 보강운동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한 대행에 따르면 국내 많은 투수가 팔꿈치 속에 뼛조각을 갖고 있는데, 관리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박찬호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더구나 올 시즌 1년 계약 명목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꼭 성적을 내는 걸 떠나서 올 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뛴 건 미국과 일본에서 뛴 뒤 국내프로야구 팬들에게 자신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팬 서비스 성격도 있었다. 그러나 불혹이라는 나이가 말해주듯, 박찬호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더욱이 한화가 최하위에 머물면서 본의 아니게 많은 부담을 짊어졌다. 몸도 마음도 피곤한 상황에서 향후 거취는 그 누구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 대행은 “당장 찬호가 빠지면 선발 한 자리에 누가 갈 것인지가 고민이다”라고 했다. 한 대행은 내심 유창식을 점 찍었지만, 유창식은 10일 부산 롯데전서 1⅓이닝 4피안타 2자책점했다. 한 대행은 유창식을 두고서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나 박찬호가 빠지면 선발진이 너무 빈약하다. 내년에도 박찬호가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고 가정했을 때도 그렇다. 양훈은 군입대를 해야 하고, 마무리로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안승민을 다시 선발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을 두드릴 류현진의 거취도 알 수 없다. 한화는 박찬호가 절실하다. 한 대행은 그걸 알면서도 박찬호에게 시간을 줬다.
또 하나. 한 대행은 “박찬호는 잔여시즌 1군에서 계속 동행할 것이다”라고 했다. 한화의 어린 선수들, 아직 기량을 만개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박찬호는 일종의 인간 교과서다. 그들에겐 박찬호의 철저한 몸관리, 경기준비,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대행은 “박찬호가 안 뛰더라도 1군에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라고 했다. 마운드에 설 수 없더라도 덕아웃의 중심을 지켜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화에 큰 힘이 된다는 게 한 대행의 계산이다.
일단 박찬호는 1군 선수단과 동행한다. 시즌 아웃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박찬호가 절실하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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