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 대 때리고 싶던 교장이 마음 따뜻한 외유내강의 내관이 돼 돌아왔다. 바로 배우 장광의 이야기다.
장광을 얘기할 때 영화 '도가니'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를 대중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 작품 '도가니'에서 쌍둥이인 인화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으로 역으로 출연, 많은 영화팬들을 분노에 떨게 만들었다.
이런 그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전혀 다른 인물로 분했다. 천민 하선이 진짜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그를 감싸 안는 조내관 역을 맡아 포근하면서도 내면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월드스타 이병헌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왕이었던 이병헌, 천민 하선이지만 가짜 왕이 돼야했던 이병헌 옆에서 그를 보필하는 내관으로서 그림자처럼 자리를 지켰다.
장광은 "이병헌씨는 '역시 월드스타'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연기를 잘 하더라. 같이 찍을 때 사실 못 느꼈던 부분들이 시사 때 보였다. 난 아직 영화 초년병이니까 메커니즘 등을 잘 모르는 게 많다. 어떤 대사를 할 때 어떻게 봐줘야 하는지 이런 부분이 조금 미흡한 게 있었다. 이병헌씨는 극을 끌어가면서도 필요한 시선이 나왔다. 류승룡씨도 그렇고. 배우 연륜이라는 게 대단하다.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 영화 관계자는 조내관을 연기한 장광에 대해 '원래부터 내관으로 태어난 것 같다'고 평했다. 그 정도로 '광해, 왕이 된 남자' 속 장광은 자신의 옷을 입은 것처럼 조내관을 연기해냈다. 하지만 자칫하면 조내관으로서 관객과 만나지 못할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는 "감독님이 마지막 부분에 하선에게 애정 어린 충고로 도망가라고 말하는 신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 신만 가지고 오디션을 봤다. 한 신이지만 함축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짜 왕이지만 왕보다 더 왕다운 역할을 한다. 정말 신하와 임금 같은, 또 아버지 같은 그 함축된 한 마디가 표현돼야 했다. 그걸 감독님이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감독님 표정이 별로 안 좋았다. 떨어졌나보다 생각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영 개운치가 않았다. 30여 년간 연기를 해왔는데 이 몇 마디를 흡족하게 전하지 못했다는 게 불편하고 속상한 마음이 있어서 다음날 눈이 일찍 떠졌다. 이불 속에서 오디션을 봐왔던 과정을 보니 감독님과 내가 약간 해석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았다"며 "오디션을 다시 한 번 보자고 했다. 나중에 감독님에게 얘길 들으니 긍정적 평가가 있긴 했지만, 그런 열정이면 이 정도면 충분히 조내관을 나타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캐스팅 했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으로 전작의 악역 이미지를 벗게 된 장광은 그 공을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메가폰을 잡은 추창민 감독에게 돌렸다.
처음 다른 역의 제의가 들어왔지만 조내관 역을 제안해 준 것도, 어둠 속에 등장하는 한 장면만으로도 관객의 뇌리 속에 콕 들어박힐 수 있게 만들어 준 것도 추창민 감독이었다. 추창민 감독 역시 장광에게 만족감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아내에게도 캐스팅을 잘 한 것 같다고 얘기했을 정도. 두 사람 모두 서로 윈윈하는 선택이었다.
장광은 "조내관 캐릭터에서 딱 필요한 만큼, 감독님이 얘기했던 그 만큼의 절제된 연기가 나와서 좋았다는 얘길 들었다. 실제 개봉한 뒤 몇 분 들이 그런 말을 해주니까 감독님 덕분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은인이다"고 추창민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 장광.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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