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세밀한 야구가 부족한 것인가.
삼성이 한국시리즈 3~4차전을 모두 내줬다. 과정이 좋지 않았다. 3차전서는 불펜과 수비가 무너졌다. 4차전서는 이승엽의 본헤드 플레이와 타선 침묵이 뼈 아팠다. 자세히 뜯어보면 기본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면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투타 주요 선수들이 6년 연속 큰 경기를 치르면서 기본적인 부분에서 무너지는 모습은 없었다.
근본적으로 1~2차전 삼성의 승리는 삼성이 힘 대 힘에서 SK를 압도한 결과였다. SK가 약한 고리를 드러내면서 무너진 건 아니었다. 그러나 3~4차전서 삼성은 기본에서 2% 부족한 모습을 표출했고, 이를 빌미로 SK가 반격하며 승부를 끝냈다. 삼성으로선 힘 대 힘 승부를 해볼 여지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여전히 삼성이 세밀한 야구에서 SK에 앞선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29일 4차전을 앞두고 만난 류중일 감독은 “안지만의 번트 수비가 아쉬웠다”라고 꼬집었다. 3차전 1점 차로 쫓기는 6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SK 박재상이 번트 자세를 취하자 내야진이 100% 수비 시프트로 압박했다. 3루수 박석민과 1루수 이승엽이 홈으로 대시했다. 대신 유격수 김상수와 2루수 조동찬은 강공에 대비해 약간 늦게 3루, 1루 커버에 들어갔다. 3·유간, 1·2간을 커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재상은 삼성 내야진의 의도대로 페이크 번트 앤 슬러시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수비수들이 재빨리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고 박재상의 강공 타구는 투수 안지만의 미트에 바운드가 돼 빨려 들어갔다. 안지만은 박석민이 3루 복귀를 뒤늦게 하고 있던 상황이라 3루에는 당연히 던질 수 없었으나 순간적으로 3루를 봤고, 결국 2루에 한 템포 늦게 던져 더블플레이에 실패했다. 이후 실책이 나와 흐름이 SK로 넘어갔다.
류 감독은 “요즘 100% 수비가 좀 바뀌었다. 예전엔 무조건 투수가 한 가운데로 던져 강공을 유도했지만 이젠 좀 더 치기 어려운 코스로 스트라이크를 넣게 한다”라고 했지만, “수비 작전은 성공했는데 안지만이 곧바로 2루로 던져야 했다. 김상수와 조동찬이 3루와 2루 커버를 늦게 들어갔다가 돌아갔기 때문에 2루에서 아웃시킨 뒤 병살플레이로 연결할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책보다 그런 작은 실수가 더 아쉬웠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4차전 이후엔 “이승엽의 타구 판단 미스로 분위기가 넘어간 것 같다. 최고 어려운 것이 타구 판단이다. 경험 많은 이승엽이라 더 아쉽다”라고 했다. 실제 이승엽은 4회 선두타자로 나가 내야안타를 만들었고 후속 박석민의 볼넷으로 2루까지 진루했으나 최형우의 우중간 뜬공 타구에 미리 스타트를 끊는 바람에 3루와 2루 사이에서 허망하게 SK 야수들의 더블플레이를 바라봐야 했다. 이후 4회말 SK는 승리에 필요한 3점을 선취했다.
삼성은 정말 SK보다 세밀한 야구에서 약간 뒤처지는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SK 역시 플레이오프선 기본적인 실수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한국시리즈 들어 하지 않아야 할 플레이를 하면서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좋아지고 있다. 반면 삼성은 3~4차전서 안 나와야 할 플레이가 나오며 졌다. 초점을 둘 것은 주축 선수들이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SK가 앞으로도 빈틈을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삼성으로선 류 감독이 강조한 보이지 않는 기본적인 부분에서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오프서 잠시 SK를 곤경에 빠뜨렸던 박진만의 실책과 한국시리즈 4차전서 주루사를 범한 이승엽 등의 사례를 보면 역시 가을 야구는 누구에게나 쉽지가 않다. 결국 삼성이 SK보다 세밀한 야구에서 뒤처지는 인상을 보이지 않기 위해선 좀 더 승부처에서 정신 집중을 강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침통한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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