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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배우가 기존 이미지를 깼을 때 의외의 즐거움은 크다. 왕(王) 전문 배우 유동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카리스마의 대명사 유동근이 이번엔 참 못나졌다. JTBC 개국 1주년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극중 정년퇴임 교사 안희재 역을 맡은 유동근은 잔소리 대마왕 아버지 안호식(이순재)과 융통성 제로 마누라 이지애(김해숙)에 눌린 허당 소심남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사극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그가 부엌에 앉아 다소곳이 콩나물을 다듬는가 하면 속 탄 마음에 얼음을 깨먹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등 망가져도 너무 망가진다. 그런데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짠하면서 공감이 간다. 비록 좌충우돌 사고를 연발하지만, 미혼모가 된 딸 안소영(엄지원)에 대한 걱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딸바보’이기 때문이다.
'무자식 상팔자'는 명품 허전 콤비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감독의 만남과 흥행 불패 삼화네트웍스 제작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노부부와 아들 3형제 내외, 그리고 손자, 손녀에 이르기까지 3대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드라마로 정감 넘치는 캐릭터와 재기 발랄한 속사포 대사들이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중독성을 가져온다. 특히 유동근의 캐릭터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억센 마누라, 제대로 사고 친 딸 사이에 낀 초라한 중년 남성으로 코믹, 눈물 등 어떤 상황에서도 막힘없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숙성된 연기 아우라를 제대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 ‘무자식 상팔자’에서는 좀 다르다. 정년퇴임으로 경제력도 잃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어깨가 처지는 나약한 우리 시대 아버지상을 제대로 그리고 있다. 비록 자신이 작고 초라해져도 자식에 향한 부성애만큼을 절절하다. 잘 나가던 판사 딸이 미혼모로 전락한 것에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 흘리는 눈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배우 전인화와 부부로 연을 맺은 유동근은 슬하에 1남 1녀 남매를 둔 대표 애처가다. 골프라는 공통 취미로 건강과 금슬을 동시에 지킨 이들은 서로 배려하는 따뜻한 부부애가 넘치는 모범적인 커플로 귀감이 되어 왔다. 이런 유동근이기에 가족을 자신보다 귀하게 여기는 따뜻한 가장의 모습이 연기 속에 배어나는 것이다.
드라마 제목인 ‘무자식 상팔자(無子息上八字)’는 드라마 내용과 상당히 상반된다. 실제 자식 없이 홀가분한 것이 좋은 팔자가 아니라 부모 자식이 지지고 볶으면서도 서로 소통하고 제대로 화해하는 법을 그린 드라마인 것이다. 극중 유동근의 아버지이자 아들로 또한 남편으로 시청자에게 성큼 다가왔다. 근엄을 벗고 근심을 입은 친근한 변신으로 우리들의 주말 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유동근. 사진 = JTBC, SBS 제공]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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