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아시아시리즈. 한국에 상처만 남았다.
마구매니저 아시아시리즈 2012가 결승전만을 남겨뒀다. 남 좋은 일만 시켜주게 됐다. 한국 챔피언 삼성과 KBO 초청팀이자 홈팀 자격으로 출전한 롯데가 예선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삼성과 롯데는 결승전에 오른 대만 라미고와 일본 요미우리에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허무하게 패배했다. 한국은 졸지에 일본과 대만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KBO도, 야구 팬들도 허무하기만 하다.
▲ 마음의 거품을 빼자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삼성, 롯데에 상처만 남겼다. 상처 뒤엔 뼈저리게 다가오는 교훈이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로리 자료만 못 구했다”라고 실토했다. 준비 부족을 시인한 것이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양승호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 및 김시진 감독의 갑작스러운 선임. 코치들, 선수들 모두 마음이 동요됐다. 아시아시리즈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준비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방심과 자만심을 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간 한국야구는 국제무대에서 전력 이상으로 선전했다. 물론 그게 저력이긴 하다. 하지만, 야구라는 건 구성원의 능력이 극대화되지 못해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볼 수도 있다. 선수 개개인의 간절함이 경기력에 표출되려면 단 1%의 방심도 투영돼선 안 된다. 그간 일본과 대등한 승부를 펼친 것, 대만을 눌러온 것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삼성과 롯데가 냉정하게 자신들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대만과 일본은 언제든지 한국을 집어삼킬 수 있다. 우리는 은연 중에 대만 야구에 한 수위라고 평가했으나 사실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우리가 전력을 다해도 원래 대만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일본은 두말할 게 없다. 100%로 붙어도 승산이 50%를 넘어선다고 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국제대회 수준 차는 분명히 있다. 더 이상 한국은 아시아야구 맹주가 아니다.
▲ WBC, AS 복수의 무대가 될까
내년 3월 열릴 WBC는 지난 1~2회 대회와는 달리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조편성부터 쉽지 않다. 한국은 예선을 자동 통과했고, 본선 1라운드 B조에 속했다. 내년 3월 2일부터 5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호주, 네덜란드, 예선 승자 1팀과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경기를 갖는다. 예선 승자 자리엔 대만이 홈팀 자격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조 2위까지 2라운드에 나간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의 2라운드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역시 방심은 금물이다. 호주와 네덜란드는 야구 변방국가들 중에선 가장 강한 팀들이다. 이변을 일으킨다면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다. 홈팀 대만은 1라운드부터 철저히 눌러줘야 한다. 어차피 대만과 2라운드에서도 만나기 때문에 기선제압 차원에서, 아시아시리즈 패배의 복수를 위해서 필승해야 한다.
문제는 2라운드다. 한국은 1라운드 통과시 2라운드 1조에 배정받는다. 1조는 3월 8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진다. 사실상의 패자부활전이 있었던 3년전 WBC 본선 라운드 진행과 같은 방식이다. 조 2위까지 준결승전에 올라간다. 한국은 정황상 일본, 대만, 쿠바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한국은 여기서 일본과 대만을 무조건 넘어야 한다. 그래야 4강 진입이 가능하다. 2라운드 2조 1~2위와 크로스 토너먼트로 우승을 가리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3월 17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다.
결국 대만과 일본이 4강 길목에서 한국을 번번이 잡으려고 할 것이다. 1~2라운드서 최소 2회 이상 맞붙을 수 있다. 그들의 전력을 초정밀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10일 중국와의 아시아시리즈 최종전을 마친 뒤 “이미 전력분석원들이 대만, 일본, 쿠바를 분석하고 있다”라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대표팀 선수 개개인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서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이번 WBC 대표팀 전력은 지난 1~2회 대회보다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당장 LA 다저스 입단이 가시화된 류현진의 불참이 재기되고 있다. 추신수와 이대호의 대표팀 합류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대표팀이 전원 국내파로 구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이상 일본과 함께 아시아야구의 맹주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대표팀 류중일 감독부터 아시아시리즈 실패로 WBC 대표팀에 강한 정신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WBC 대표팀은 철저한 준비, 그리고 똘똘 뭉치는 팀워크를 보여줘야 일본과 대만을 넘어서서 4강 재현을 노려볼 수 있다.
[2009년 WBC 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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