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아, 이 잔망스런 송중기 그리고 박보영이 벌써 300만이 넘는 관객을 울려버렸다.
유럽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산을 뛰어노는 늑대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관객의 가슴을 물들이고 있다.
생각보다 가파른 속도로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영화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은 판타지 장르라는 점에서 ‘트와일라잇’과 비교 선상에 놓였는데, 들여다보면 두 영화는 매우 다르다. ‘늑대소년’이라고는 하지만, CG는 화려하지 않다. 영화는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에 더 초점이 가 있다. 반면 ‘트와일라잇’는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했지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인간소녀의 밀당은 이미 순수의 범주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러니 이 두 작품을 동일한 비교 선상에 놓기는 아무래도 힘들다.
‘늑대소년’은 ‘트와일라잇’과는 다른 의미의 판타지 멜로로 규정해야만 한다.
‘늑대소년’이 우리를 감동시킨 것은 화려한 볼거리가 아닌 철수의 순수한 순정이었는데, 그 순정은 우리 현실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길이 없어 판타지라고 설명한다면 궤변이 될까.
조성희 감독 역시도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영화를 판타지라고 하는데 판타지 치고는 볼거리가 많지 않다. ‘트와일라잇’이나 ‘해리포터’와는 다른 종류의 판타지다. 마음의 판타지라고나 할까. 있을 것 같지만 없는 그런 감정, 마음, 사랑. 그렇게 봐주신다면 우리 영화는 성공한 것이라고 본다.”
박보영도 그랬다. “철수 같은 남자 없죠. 그 긴 긴 시간을 기다리며 저만 보는 남자, 또 위험에 닥쳤을 때 남자다운 모습으로 보호해주다가도 내 옆에서 나의 ‘쓰담쓰담’만을 바라는 남자. 그런 사람이 어떻게 있어요. 사람의 마음을 잘 공략한 영화예요. 그래서 그렇게 많이들 우시나 봐요.”
현실에는 없는 철수 같은 남자를 찾는 이 땅의 여인들을 대리 만족시켜준 판타지 멜로 ‘늑대소년’. 로버트 패틴슨이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처럼 밀당조차 못해 순이 만을 오매불망 기다린 철수의 사랑보다 더욱 슬픈 것은 발갛게 부은 눈으로 극장 밖을 나선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도 어찌할까. 이 땅에는 없다는데. 불로의 늑대 한 마리 키울 수도 없고.
[영화 '늑대소년'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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