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한국영화가 사상 처음으로 한해 관객 1억명 시대를 열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일 자정 한국영화 누적관객수는 1억 1만 154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에 세웠던 한국영화 최다 관객 수 기록인 9791만 3570명을 넘어선 기록이다. 또 2002년 한국영화 5082만 명과 외국영화 5431만명을 합쳐 1억 명을 돌파했던 기록에 비춰볼 때 10년 만에 한국영화 관객수가 두 배를 넘어선 셈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가 신 르네상스를 맞고 있지만 화려한 이면에는 이전부터 계속 지적받아 온 문제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으로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김기덕 감독은 수상소감을 전하는 자리에서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다운로드로 넘어간다. 멀티플렉스의 의미가 뭐냐. 파리의 멀티플렉스를 가면 13개관에 13개 영화가 걸려있다. 멀티플렉스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자 만들어진 것인데 흥행영화, 유명배우 영화가 3~4관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투자와 제작, 배급까지 손을 걷고 나서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은 게 사실이다. 실제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배급사별 점유율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 배급사인 CJ가 24.7%, 쇼박스가 14.0%, 롯데가 13.8%를 차지하며 국내 3대 배급사가 52.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쇼박스와 CJ가 배급하며 올해 천만 관객을 넘어선 '도둑들'의 경우 전국 1091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경우 전국 1001개의 스크린을 차지했다. 반면 최근 개봉 8일 만에 종영을 선언한 '터치'는 전국 95개의 스크린에 걸렸을 뿐이다. 종국엔 서울 한 곳을 포함해 전국 12개 극장에서 하루 1~2회 퐁당퐁당(교차상영) 상영됐다.
'터치'의 민병훈 감독은 지난 10월 부산영화제기간 기자와 만나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지 않다. 내가 공부한 러시아에서도 이런 일은 절대 없다. 양심을 벗어나는 행위다. 난 앞으로 시장영화를 안 할 것이다. 하자고 해도 안 한다"고 말했다.
또 '터치' 개봉 8일 째인 지난 15일 배급사에 종영을 통보하며 "관객에게 분명히 볼 권리가 있지만 나에게도 내릴 권리가 있다. 개봉 8일 만에 이렇게 불평등하게 상영하려고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세상에 어디있겠냐 구걸하듯 극장에 하루 1, 2회 상영해서 과연 하루 몇 명이 '터치'를 보겠냐 그것도 서울에서 딱 한군데 1회 상영하는데"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었다.
여기에 '장사'가 되지 않는 영화가 외면받는 현실도 타계해야할 문제점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영화, 소규모 영화들은 제작부터 난항을 겪고 개봉조차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덕 감독은 "안타까운 것이 해외에서 요즘은 새로운 한국영화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점이다. 한국영화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도까지 굉장히 좋았는데 그 이후에는 선택을 하려고 해도 영화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의 영화만 보게 된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의 제작이나 환경이 오락 위주로 흘러가면서 감독들이 투자자들의 선택에 조종돼야하는 분위기 속에서 결국 나 같은, 박찬욱 감독님 같은 그 외 한국의 2000년대를 세계에 알린 감독님이 없어지지 않았나 싶다. 균형이 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런 문제들이 지속된다면 제2의 봉준호, 홍상수 박찬욱은 나오지 않는다. 창작의 넓은 영역을 영화인들에게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현상에 영진위 측은 대규모 상업영화와 저예산 영화의 공존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 때만 기다리고 있기엔 국내 영화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영화는 93년 만에 한해 첫 1억 관객을 돌파했다. 타탄한 줄거리와 연출력으로 무장한 한국영화들이 관객들의 구미를 끌어당겼고 관객층을 중장년층으로 확대시키며 1억 관객 동원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현재 한국영화는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사람당 평균 두 편을 봤을 정도로 '찬란한 시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처럼 한국영화가 빛을 발하는 시기에도 어둠 속에서 짖눌리는 영화와 영화인들이 존재함을 기억해야 한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 사진 = 쇼박스,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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