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재취업의 행운을 누릴 것인가.
프로야구 보류선수명단이 지난달 30일 공시됐다. 9개 구단은 총 512명의 선수를 보류선수로 묶었다. 이들을 제외한 선수와는 내년 시즌 연봉 계약을 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자들은 쉽게 말해서 ‘방출자’들이다. 야구를 그만 둘 위기에 놓였지만, 다른 팀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기회는 있다. 전통적으로 각 구단은 방출자 중 팀 사정상 백업으로 활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일부 무명 선수들은 신고선수 계약도 마다하지 않았다.
▲ 고든, 사도스키, 부시 재활용 불가능?
외국인 선수 중에선 브라이언 고든, 라이언 사도스키, 데이브 부시가 방출됐다. 삼성, 롯데, SK는 내년에 당장 이들을 다른 팀이 데려가도 좋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보통 구단들이 용병 재계약을 하지 않을 땐 임의탈퇴로 묶어 국내 3년 보유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 특성상 용병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부메랑 역효과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고든의 경우 이닝 소화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25경기서 6이닝 이상 소화 경기는 단 11경기뿐이었다. 7이닝 이상 소화는 단 1경기, 퀄리티스타트도 11회였다.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사도스키는 시즌 막판 페이스가 살아났으나 팔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전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부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고든과 부시는 포스트시즌 선발진에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일찌감치 재계약 난항이 예상됐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을 데려갈 팀은 보이지 않는다. 고든과 사도스키의 경우 지난 2~3년간 장, 단점이 노출이 많이 됐기 때문에 용병 에이스를 구하는 팀들 입장에선 마침맞지 않은 카드다. 이들은 결국 미국 마이너리그 혹은 중남미 리그를 알아봐야 할 상황이다. 대부분 팀이 올 시즌 수준급 활약을 펼쳤던 기존 용병투수들과의 재계약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 박재홍, 박명환 베테랑들 재기 받아줄 팀 있나
방출자들 중 단연 주목받는 자들은 역시 30대 중반이 넘어선 베테랑들이다. 이들은 부상, 실력, 나이 등 갖가지 이유로 팀내 역학관계에서 밀려났다. 박재홍은 SK로부터 끝내 방출 통보를 받았다. SK는 지난해에도 박재홍을 방출하려고 했으나 극적으로 생존시켜줬는데, 박재홍에게 올 겨울은 유독 추울 전망이다. SK에선 또 다른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도 방출됐다.
박재홍의 경우 올 시즌 막판 300홈런을 기록하며 꿈의 대기록인 300홈런-300도루에 다가섰으나 이대로 도전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박재홍의 경우 선수협회 회장을 맡고 있어 다른 팀과 계약을 하지 못할 경우 회장직도 내놓아야 한다. 또 현실적으로 여전히 일부 속 좁은 구단들이 선수협의회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때문에 박재홍이 내년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일이다.
박명환도 LG와의 인연이 끝났다. FA 대박을 터뜨렸으나 LG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말았다. 2007년 10승 6패 평균자책점 3.19를 기록했으나 고질적인 어깨 통증 속 2008년과 2009년 9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0년 15경기서 4승 6패로 재기 가능성을 내비쳤으나 다시 통증이 엄습해 지난해와 올해 1군에서 단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박명환은 올해 퓨쳐스리그서도 5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6.60을 기록하자 LG가 더 이상의 미련을 버렸다.
▲ 남들보다 더 추운 겨울, 새로운 길 찾거나 도전하거나
모든 야구선수의 목표는 야구를 오래하는 것이다. 방출이 됐다는 건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인데, 대부분은 새로운 팀에 들어가려고 안간 힘을 쓴다. 젊은 선수의 경우 당장 생계가 걱정이다. 지도자를 시작할 여력은 있지만, 선수시절에 비해 대우가 형편 없다. 이름 값 있는 베테랑들도 방출된 뒤 코치로 변신하면 몸값이 뚝 떨어져 상실감이 밀려온다.
방출자 명단 발표는 지난달 30일에 이뤄졌지만, 사실 각 팀들은 10월 말~11월 초에 대부분 방출 통보를 하고, 다른 팀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력을 준다. 최소한의 예의를 베푸는 것이다. 때문에 몇몇 선수는 이미 새로운 팀에서 테스트를 받고, 계약 성사 직전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다른 몇몇 선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LG에서 방출된 심광호는 경찰청 베터리코치로 변신했다.
대부분 방출자는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할 경우 중, 고등학교 코치 혹은 프로팀 프런트 등을 알아보지만, 일부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야구계를 완전히 떠나는 경우도 있다. 화려하게 은퇴를 하는 일부 선수들과는 달리 소리 소문 없이 업종 변경을 하는 케이스다. 방출자들에게 겨울은 유독 춥다. 선수 등록 마감일인 내년 1월 말까지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내년에 뛸 수 없다. 방출 뒤 화려한 재기,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이들 중 반전드라마를 쓸 선수가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방출이 된 박명환(위), 고든(가운데), 박재홍(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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