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인배의 두근두근 시네마]
거침없이 솔직하게! 내숭없이 짜릿하게!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해 음악에만 몰두하는 현승(지성)은 생활비도 벌지 못하고 7년 동안 여자친구인 소현(신소율)의 도움으로 살아왔지만 소현은 비루한 현실을 견디지 못해 현승 곁을 떠난다. 옛 사랑에 허덕이며 망가져 버린 현승은 소현에게 멋진 새 남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열등감과 애증으로 폭발 직전에 이른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밤, 야릇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그것은 무관심한 남자친구 승준(강경준)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깜짝 이벤트로 폰섹스를 준비한 윤정(김아중)의 잘못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현승을 승준으로 착각한 윤정은 앙큼한 목소리와 발칙한 스킬로 뜨거운 순간을 유발하며 현승을 사로잡고 현승은 폰섹스를 통해 자신의 열등감과 분노를 삭힌다. 무결점 외모에도 불구하고 5년째 남자친구만 바라보며 결혼하기 위해 회사도 그만 둔 윤정은 자신에게 소홀해진 경준의 바람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7년차와 5년차의 연애를 하면서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현승과 윤정은 우연한 폰섹스를 계기로 계속 통화를 이어나가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면서 폰섹스 파트너에서 친구로, 또 연인으로 발전 해 간다.
성인만화가와 섹스칼럼니스트의 유쾌한 러브스토리를 내세운 '쩨쩨한 로맨스'가 2010년 12월, 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르의 절묘한 조화를 선보인 '오싹한 연애'가 2011년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겨울 극장가의 절대 강자로 자리잡은 가운데 2012년 12월의 유일한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 파트너' 역시 탄탄한 흥행계보를 이어가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잘못 걸린 전화로 연결된 두 남녀의 19금 폰스캔들이라는 대담한 설정으로 시작되는 '나의 PS 파트너'는 뻔한 내용에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현실적인 연애세태를 부각시켜 전형적인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차별화된 볼거리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론 그것은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지성과 김아중의 환상적인 캐스팅에 있다.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다 전화 한 통에 무장 해제되는 남자 현승과 시들해진 연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발칙한 이벤트를 시도하려다 엉뚱한 남자와 폰섹스를 하게 된 여자 윤정 역으로 PS 커플 연기를 선보이는 지성과 김아중은 연애의 권력다툼에서 희생된 가여운 커플을 대변하며 거침없는 반란을 보여준다. 지성의 찌질이 연기와 김아중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커플연기는 섹스에 대한 솔직하고 대담한 19금 러브토크로 다소 민망할 수 있지만 오히려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준다.
그런 만큼 이 영화는 '나의 PS 파트너'란 제목처럼 폰섹스로 점철된(?) 영화라고 지레짐작하면 오산이다. 폰섹스는 현승과 윤정의 운명적인 만남을 유도하는 장치일뿐, 수화기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가는 그들의 대화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수순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승의 친구들과 윤정의 친구들이 쏟아내는 연애와 섹스에 대한 발칙한 대사들이 은밀한 재미를 준다.
또한 이 영화에선 남자들의 비현실적인 매너와 여자들의 뻔히 보이는 내숭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83일 된 남자 현승은 친구들의 핑크빛 연애사에 저주를 퍼부으며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고, 5년째 연애중인 윤정은 이벤트로 남친의 시들해진 마음에 불꽃을 피우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랑은 뻔한 거야! 만나고 설레이고 헤어지고 아파하고 다시 만나고…”라는 윤정의 대사는 가장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회의를 보여주고 비속어를 남발하는 현승 친구들의 거친 독설과 본능에 충실한 돌직구 조언은 후련한 쾌감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사이즈에 집착하는 남녀의 오묘한 심리와 콤플렉스, 오래 만날수록 줄어드는 성관계 횟수에 대한 분노, 새 것에 끌리는 남자와 비싼 것에 끌리는 여자의 숨길 수 없는 본능을 각인시켜 리얼 연애 스토리로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무엇보다 인디 뮤지션으로 등장하는 현승의 자작곡 'SHOW ME YOUR PANTY'는 감각적인 멜로디와 대담한 가사에 지성과 김아중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까지 더해져 듣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특히 일명 '팬티송'이라고 불리는 이 곡은 저질송이라 할 만큼 가사가 파격적이지만 오히려 가슴뭉클한 감동을 자아내어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금 로맨틱 코미디로서 연말 특수를 노린 이 영화는 변성현 감독의 탄탄한 연출은 물론, 매력만점의 지성과 김아중의 커플연기, 그리고 조연들의 톡톡 튀는 존재감으로 통쾌한 재미와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거침없이 솔직하게! 내숭없이 짜릿하게!
야하지만 민망하지 않고 화끈하지만 감동까지 주는 '나의 ps 파트너'는 연말 연시, 특히 12월에 볼만한 로맨틱 코미디로 섹시하게 잘 빠진 두근두근 시네마이다.
<고인배 영화평론가 paulgo@paran.com>
[영화 '나의 PS 파트너' 스틸컷.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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