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복귀할 수 있을까.
최근 끝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회. 한바탕 난리가 났다. 퇴출 후보라던 태권도는 생존했고, 잠정 퇴출이 결정된 레슬링계는 초상집이 됐다. IOC는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20년 올림픽에서 기존 26개 핵심종목에서 레슬링을 빼면서 골프와 럭비를 집어넣었다. 이제 1개 종목만 추가해서 28개 종목으로 향후 두 차례 올림픽을 치를 예정이다.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집행위원회의 선정을 거쳐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에서 최종 승인된다.
▲ 경쟁률 8대1, 야구 올림픽 복귀 간단한 문제 아니다
새롭게 추가될 종목 후보에 야구가 포함됐다. 공식 후보는 8개 종목인데, 야구-소프트볼, 우슈, 가라테, 롤러스포츠, 스쿼시, 스포츠 클라이밍, 웨이크보드, 그리고 최근 퇴출 결정이 된 레슬링이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야구-소프트볼은 레슬링과 함께 퇴출된 경험이 결정적인 약점이다. 야구는 1904년 하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범종목이 된 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정식종목으로 치러졌다.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소프트볼과 함께 퇴출됐다. 경기시간이 약 3시간 정도로 비교적 길고, 경기 상황에 따라 경기 끝나는 시간을 예상하기 힘들다는 불확실성이 IOC의 아쉬움을 샀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 고루 대중화 돼있지 않다는 게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또한, IO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꾸준히 메이저리거들의 올림픽 참가를 요청했으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아마추어대회에 프로들이 참가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 갈등이 있었다. 이에 야구계는 국제야구연맹(IBAF)과 국제소트프볼연맹(ISF)의 통합으로 올림픽 재진입을 노리는 실정이다.
IOC에 아마추어리즘 색체가 줄어든 건 오래 전 일. 상업논리가 지배한다. 올림픽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광고효과가 극대화되는 종목, 팬들에게 인기가 높아 중계권료가 높은 종목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IOC는 야구가 올림픽에 복귀하려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야구계는 연장전 승부치기에 이어 시간 단축을 위해 7이닝 경기도 계획하고 있다.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야구가 올림픽에 재진입하는 건 쉽지 않다. 여러모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 올림픽 복귀 딜레마
딜레마가 있다. 과연 야구계가 올림픽 복귀를 위해 야구 고유의 본질을 훼손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림픽에서 야구가 승부치기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야구 고유의 전통을 훼손하는 것이라 본다. 한국, 일본, 미국 모두 프로리그서 승부치기는 여전히 정식 도입되지 않았다. 야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그 자체로 야구에 대한 모독이라고 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IOC의 올림픽 야구 퇴출에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창설했다. 독자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었다. 정치적인 위력이 그들보다 약한 국제야구연맹도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재진입하기 위해선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게 야구계의 고민이다.
야구는 아직 전세계적인 대중화가 덜 됐다. 체육계에선 야구가 앞으로 계속 올림픽과 담을 쌓는다면 세계화와 대중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근본적으로 야구시장이 확대되려면 올림픽을 외면할 수 없다. 기를 써서 올림픽 정식종목에 살아남으려고 하는 각 종목 단체들의 로비엔 이유가 있다. 또한 WBC는 아직 창설 초창기라 확고한 뿌리를 내리진 못했다. 대회 시기, 메이저리거들의 참가여부 등이 항상 논란거리가 된다. 국가대항전의 가치 자체를 프로리그보다 낮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건 야구의 뿌리를 볼 때 태생적인 특성이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겸 IOC 위원은 집행위원회를 마치고 돌아온 14일 인천공항에서 “이전까지 남자는 야구, 여자는 소프트볼로 분리돼 있었다. 두 종목을 통합해 남, 녀 종목이 되는 것에 IOC 위원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라고 했다. 야구계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면 언제든지 올림픽 재진입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경우 병역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야구의 올림픽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야구 본질 훼손에는 여전히 거부반응을 보이는 시선도 있어 딜레마를 극복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야구의 변신이 불편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야구를 어떻게든 올림픽에 복귀시키려는 국제야구연맹과의 관계정립도 중요한 부분이라 쉽게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표팀의 금메달 세레모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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