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문제는 사설토토다.
동부 강동희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 아직 혐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배후에 사설토토가 지목되고 있다. 합법적인 배팅인 스포츠토토와는 달리 사설 불법토토는 사행성 조장과 함께 농구판의 신뢰를 깨뜨리는 주범으로 여겨진다. 만약 강 감독이 실제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면 스포츠토토가 아닌 사설토토 가담을 브로커에게 요구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 스포츠토토는 혼자서 조작 힘들다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스포츠토토 중 농구토토는 스페셜, 스페셜 플러스, 승5패, 매치, 프로토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 중 스페셜, 스페셜 플러스는 2~3경기 이상의 점수 대와 내용을 적중해야 한다. 어느 1명이 조작하기엔 절차가 까다롭다. 승5패도 14경기 승패와 5점차 아래의 경기를 적중해야 한다.
그나마 매치가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 매치는 1경기를 6개의 구간으로 나눈 뒤 전반전 점수대와 최종 점수대를 적중하면 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감독이 선수교체와 작전타임 등의 조절로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농구라는 종목 특성상 매 순간 상황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감독 1명이 선수 5명 이상을 컨트롤 하는 건 쉽지 않다.
▲ 사설토토는 다르다
의정부 지방검찰청은 강 감독이 2010-2011시즌 막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갑자기 승률이 낮아졌다는 것에 착안해 정규시즌 막판 6~7경기를 집중 분석 중이다. 작전 지시와 선수 기용 등에 의심할만한 여지가 있는지 파악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스포츠토토가 아닌 사설 불법토토는 방식이 단순하고 판돈도 크다. 사행성을 더욱 조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점수 대가 아닌 단순한 경기, 혹은 쿼터의 승패를 맞히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감독이 마음먹고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 작전타임의 활용 등으로 ‘장난’을 칠 수 있다는 게 농구인들의 설명이다.
사설토토 사이트는 주로 외국에 서버를 두면서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망을 피하곤 한다. 일단 신고접수 처리 및 찾아내기만 한다면 당장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운영자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설토토 운영자들이 워낙 주도면밀한 탓에 서버를 자주 바꾸면서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농구계로선 검은 돈의 유혹에 완벽하게 노출돼 있는 셈이다.
▲ 농구인들의 호형호제, 꼭 긍정적인 건 아니다
학연과 지연이 얽혀있지 않은 스포츠는 없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타 종목에 비해 더욱 연줄이 끈끈하다는 평가다. 한 농구관계자는 “농구는 몇몇 주요 학교 출신들끼리의 관계가 매우 돈독하다. 정과 의리에 얽혀 있어 배신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관계가 검은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 이 관계자는 “농구인들은 대체로 술이 세다. 술을 마시면서 친분을 다지다 보면 상상 못할 일들을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강 감독은 8일 새벽 의정부 지검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직 강 감독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만약 강 감독이 검은 거래의 마수에 넘어간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농구의 도덕성과 신뢰성은 그만큼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안양체육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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