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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배우 정우는 거칠다. 하지만 순수하다.
반항아, 건달, 형사 등 강한 역할은 모두 한 번쯤 거쳐갔던 13년차 배우. 짧은 머리에 각진 얼굴, 반항기 서린 눈빛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 더 많이 기억되는 정우는 '의외로' 장난기 많고 유쾌한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김기덕 감독님도 그러셨어요. 너 만나보니 의외로 재밌다고. 제가 사람들에게 장난도 많이 하고 애교도 많아요. 현장에서 과묵하고 무게감 앉아 있는 사람은 사실 아니에요."
정우는 김기덕 감독이 세번째로 제작한 영화 '붉은가족'에 출연했고, 당시 정우의 재미있는 모습을 새롭게 발견한 김기덕 감독은 연신 "의외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재밌는 모습이 더 많은 정우는 KBS 2TV 새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의외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 그는 '최고다 이순신'에서 이혜신(손태영)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남자 서진욱 역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투적인 느낌의 로맨틱한 캐릭터는 아니에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다고 해서 늘 멋스러운 느낌은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그런 이미지는 아니니까.(웃음) 연기를 할 때는 제 안에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학창시절 조금 놀았던 모습이나 거친 표현을 하는 강한 모습도 분명 제 모습인데 늘 그렇게 다크한 부분들을 많이 보여줬던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는 제가 갖고 있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정우는 상대역으로 배우 손태영을 만났다. 연인이 될 두 사람 사이에는 손태영의 실제 남편인 배우 권상우라는 다리가 있는데 정우와 권상우는 같은 소속사이자 영화도 두 세편 같이 찍었던 사이라 손태영과는 이미 구면이라고 했다.
"조금 편하긴 한데 서슴없는 사이까지는 아니에요. (권)상우 형 때문에 한 두 번 같이 식사를 하긴 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어요. 이번 첫 리딩 때 처음 만났는데 저를 웃음으로 반겨주시던데요.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친해지게 된 것 같은데 지금 이 어색한 사이가 오히려 드라마 캐릭터랑 닮아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캐릭터랑 함께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될 것 같아요."
정우는 '최고다 이순신'으로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한다. 늦은 나이로 군대에 입대한 것이 이유인데 다른 미필자 남자 배우들과 달리 정우는 편한 마음으로 입대했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마음은 편했어요. 군대를 가지 않은 미필자들은 '군대가기 전까지 자리를 잡아야겠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가야겠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잖아요. 사실 제가 그런 입장이었어요. 배우로서 입지나 인지도도 약했고 그런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으니까. 제 연기에 대한 만족이 아니라 그 시기라 마음이 편했던 거에요. 그나마 이제 연기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해 조금씩 알 것 같았으니까요. 군대에서 제가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 왔는가 에 대해 돌아 볼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배우를 시작할 때 제가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몰랐어요. 왜 내가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이 배우가 훌륭한 지에 대해서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잖아요. 예전의 저는 무지(無知)한 상태에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예전 제 연기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저는 늘 그 순간에는 온 힘을 다해서 연기를 했으니까요."
군대에서 자신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을 수 있어서 좋았다던 정우는 자신의 인지도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복무하는 동안 절 알아보시는 분들은 잘해주셨어요. 모르시는 분들은 막 대하셨지만요. 그 때 느꼈죠. '당시 캐릭터는 기억해 주시는데 배우 정우는 모르시는 구나'하고. 좋게 말하면 각 캐릭터마다 변신에 성공했다는 것인데 제 인지도나 존재감이 약하지 않았나 싶어요."
13년 차 배우의 길을 꾸준히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정우의 '의외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각진 외모와 거친 목소리와 달리 애교 많고 술도 한 잔도 못하는 정우의 모습을 누구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그와 영화, 드라마를 함께 한 스태프들이었다.
"사실 전 일을 시작하면 함께 하는 배우들보다 스태프와 더 친해지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술도 잘 못해서 먼저 스태프들에게 다가가서 장난을 많이 걸죠. 먼저 다가기 힘들면 굽실거리기도 하고. 제가 겉보기와 다르게 애교가 많은 편이라 금방 친해져요. 스태프들도 같이 현장에서 고생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분들이시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스태프들의 응원을 받고 있으면 더 힘이 나요."
인터뷰 말미 정우에게 "오랜만에 복귀하는 만큼 이번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이냐"고 물으니 "즐기는 것, 그게 제 목표예요"라는 답변을 내놨다.
"제가 만약 '이번 드라마를 통해 꼭 하나를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분명 욕심이 생길 거에요. 사실 제가 배역을 맡으면 그 배역에 대해 욕심과 집착을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또 그 욕심이 카메라 밖으로 안 내비쳐 졌으면 좋겠어요. 아이러니하죠. '쟤 욕심히 과하다'라는 말은 연기를 못 한다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열심히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니까요. 저도 이번에는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정우.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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