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갑자기 그렇게 되셨더라고요.”
수화기 넘어 우리은행 정장훈 사무국장의 숨소리가 가빴다. 혹시 모를 우승 세레모니 준비에도 바쁜데, 갑작스럽게 비보가 터졌다. 18일 오전 전주원 코치의 모친이 갑작스럽게 숨을 거뒀다. 발인은 20일. 빈소는 아산병원. 딸의 우승을 위해 경기장에서 응원을 했다는 고인의 열정에 우리은행은 침울함에 빠졌다. 정 국장은 “우승 행사 준비와 전 코치 모친상으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직원 모두 병원으로 향하고 있고, 은행에서도 따로 직원을 파견해주셨다”라고 했다.
▲ 우승할 경우 뒤풀이 취소, 근조리본 단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 스코어 2-0으로 앞서있다. 19일 용인에서 열릴 3차전서 승리할 경우 2006년 겨울리그 이후 7년만의 통합챔피언이 된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최근 경기력, 두 팀이 처한 현재 환경 등을 감안할 때 3차전서 올 시즌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우리은행 프런트들은 혹시 모를 우승 축하연을 위해 이날 서울 모처에 장소를 섭외한 상태였다.
으레 남녀 프로스포츠 챔피언결정전서 우승한 팀은 우승 세레모니와 언론 인터뷰 이후 자리를 옮겨 선수들,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에 취재기자들까지 합석해 축승회 겸 뒤풀이를 한다. 그러나 정 국장은 “우승을 확정할 경우 우승 뒤풀이는 취소한다”라고 했다. 팀을 이끄는 코치가 모친상을 당했는데 축승회 자체가 한국 정서상 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승이 결정될 경우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림을 자르는 기본적인 세레모니는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이후 기자들과의 공식인터뷰에만 응한 뒤 위성우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곧바로 아산병원으로 넘어가 조문을 한다. 3차전서 패배할 경우 21일 4차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위 감독, 박성배 코치, 주장 임영희 정도만 조문을 하고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뒤 단체로 예의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또 3차전서 선수단은 트레이닝 복에 근조리본을 달고 나선다.
▲ 전주원 코치는 큰 언니, 더 똘똘 뭉치는 계기 만든다
전주원 코치는 모친상 직후 계속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18일 용인에서 진행된 단체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 전 코치는 아직 3차전 참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전 코치의 부재는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전 코치란 팀을 이끄는 지도자이기에 앞서 큰 언니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돌풍. 전 코치의 수훈을 빼놓을 수 없다. 여자는 여자가 잘 안다고 했나. 남자 코칭스태프인 위 감독과 박 코치가 빼놓고 지나가는 부분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큰 언니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위 감독의 훈련 스타일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났다. 전 코치는 혼이 난 선수들을 언니같이 다독여주고, 여자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컨트롤해주는 역할을 잘 해왔다. 우리은행 젊은 선수들이 올 시즌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자신감을 장착한 건 전 코치의 역할도 컸다.
임영희, 티나 톰슨을 제외하면 대부분 20대 초, 중반 어린 선수로 구성된 우리은행. 혹시 전 코치가 벤치에 없다면 동요할 수 있지 않을까. 정 국장은 “걱정이다”라면서도 “오히려 경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인을 위해서라도 승리로 보답하는 게 도리다. 더 똘똘 뭉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실제 우리은행의 18일 3차전 대비 단체훈련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위 감독과 박 코치를 중심으로 집중력 있게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은 전 코치의 모친상에 충격과 슬픔에 빠졌지만,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준비를 마쳤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 3차전 승리로 우승 트로피를 고인이 된 전주원 코치 모친에게 바친다는 각오다.
[전주원 코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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