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력정비 시점이 중요하다.
1983년, 1989년, 2009년에 이어 4년만의 통산 네 번째 시범경기 최하위.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에 빛나는 디펜딩챔피언 삼성에 시범경기는 악몽이었다. 팀 타율 0.220으로 최하위, 팀 평균자책점 4.27로 7위였다. 시범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경기다. 작년에도 삼성은 시범경기서 죽을 쒔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 삼성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다르다. 전력정비를 빠르게 해야 한다.
▲ 우승 1순위? 류중일 “플러스는 없고 마이너스만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삼성을 올 시즌 우승후보 1순위로 꼽는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플러스는 없고 마이너스만 있다”라고 손사래 쳤다. 사실 그렇다. 류 감독의 말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권오준과 LG로 이적한 정현욱의 공백은 매우 뼈 아프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서 신용운, 백정현 등에게 집중적으로 기회를 제공했으나 만족을 하지 못하는 눈치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안지만이 조기에 복귀했으나 시범경기서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외국인투수 릭 반덴헐크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팔꿈치 근육통을 느낀 뒤 시범경기서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다. 또 다른 외국인투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는 시범경기서 불안한 구위를 선보였다. 장원삼과 차우찬도 들쭉날쭉했다. 한 마디로 전력 자체가 정비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특히 장기레이스에서 안정감을 심어줘야 할 마운드의 불안감이 더욱 찜찜한 부분이다.
▲ 불펜 빈 자리와 외국인선수들, 물음표 최대한 빨리 메워내라
이는 큰 물음표다. 정현욱과 권오준은 지난해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성기만큼 위력적인 구위는 아니었으나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그리고 반덴헐크의 개막전 합류가 불가능하다는 것 자체도 불안하다. 로드리게스 역시 좀 더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참고로 지난해 미치 탈보트와 브라이언 고든은 25승을 합작했다. 정현욱과 권오준도 105⅓이닝을 합작했다. 이 몫을 누군가 해주지 못한다면 삼성 마운드는 지난해보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서 희망적인 모습을 발견했다. 신용운, 이우선은 5경기서 무실점, 백정현은 4경기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했다. 신용운은 부상을 털어내고 삼성에서 부활을 노린다. 이우선과 백정현은 그동안 삼성의 두터운 불펜을 뚫지 못했다. 삼성으로선 올 시즌엔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이 풀타임으로 뛰면서 활약해줘야 한다. 외국인선수들의 행보도 주시해야 할 부분.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빠르게 물음표를 지워야 플러스 전력이 생긴다.
▲ KIA-두산, 경쟁자들 행보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심상찮다
이유가 있다. 사실 삼성의 기본적인 전력 자체는 여전히 강하다. 때문에 작은 틈은 자체적으로 메워낼 수 있는 힘이 어느 정도는 있다. 그런데 지난해 삼성은 전력 정비 속도가 매우 느렸다. 5월 말에서야 투타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왔다. 6월에서야 쭉쭉 치고 올라왔고 7월 이후 선두를 질주했다. 올 시즌에도 삼성 내부에선 기본적으로 이런 믿음이 있다. 전문가들도 삼성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꿔 생각해볼 수도 있다. 지난해 삼성이 7위까지 뒤처졌음에도 선두까지 올라온 건 삼성이 부진했을 때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달아난 팀이 없었던 경향도 있었다. SK, 롯데, 두산 모두 완전한 전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삼성의 파죽지세에 힘 없이 무너졌었다. 그러나 확실히 올 시즌엔 분위기가 다르다. 시범경기서 드러난 KIA와 두산의 전력이 예상보다 더욱 탄탄했다.
시범경기서 잘 했던 팀이 정규시즌서 고꾸라졌던 전례도 쉽게 찾기 힘들다. KIA는 김주찬 영입으로 타선이 강해진데다 부상자들이 모두 돌아왔다. 아킬레스건인 불펜도 좋아졌다. 두산도 홍성흔 영입으로 타선이 강해졌고 정재훈과 이재우가 돌아온 불펜도 강해졌다. 마무리 홍상삼이 적응에 실패해도 리스크를 극복할 힘이 생겼다. KIA와 두산은 삼성이 작년처럼 시즌 초반 삐걱할 경우 멀리 달아나버릴 기세다. 이럴 경우 제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시즌 중반 이후 맹추격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현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삼성은 여전히 강하다. 류 감독도 “삼성은 최근 몇 년간 항상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다”라고 자신했다. 중요한 건 전력 정비 속도다. 현 시점에선 시즌 초반 삼성이 멀리 달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대한 빨리 전력을 정비해야 두산, KIA가 주춤하는 타이밍에 달아날 수 있다. 지난해처럼 4~5월 내내 지지부진하다면 이후 치고 올라오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지도 모른다. 류중일 감독의 빠른 판단과 처방, 임기응변능력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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