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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배우 송혜교는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이하 '그 겨울')를 통해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 2008년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5년만에 안방을 찾은 송혜교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예쁘다"에서 "연기 잘한다"로 바뀌었다. 그녀는 어떻게 5년만에 미모의 여배우에서 연기파 배우가 됐을까.
"전 타고난 배우가 아니에요."
3일 서울 이태원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송혜교는 극중 캐릭터 오영의 여운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송혜교는 오영을 연기하며 감정의 극한까지 토해냈다.
"일요일에 촬영이 끝나고 월, 화 이틀 쉬었어요. 피로가 쌓이긴 했는데 다른 드라마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힘들진 않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정 끝까지 가봤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 시원섭섭한 마음보다 힘들고 괴로운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그리워요. 끝난 지금도 울컥할 때가 많아요. (오영을) 보내는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송혜교는 '그 겨울'에서 거액의 재산 상속녀이지만 부모의 이혼과 오빠와의 결별, 갑자기 찾아온 시각 장애로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여자 오영 역으로 열연했다. 오영은 정적이었지만 클로즈업된 화면을 통해 비친 얼굴은 복잡한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불편함과 외로움에 마음을 닫은 오영의 내면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저는 연기 자체가 어려워요. 타고난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 다른 사람만큼 쫓아갈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어요. 시각장애인 역이다보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초반에는 막막했어요. 연기를 하고 나서도 '이게 맞나 안 맞나' 집에 오는 길이 찜찜했죠. 하지만 방송보고 복지관의 시각장애인분들도 좋았다고 말해주고, 시청자 반응도 좋아서 다행이었어요. 2회부터는 익숙해졌어요. 습관이 무섭죠. 지금은 눈을 보며 연기하는게 더 어색해요."
시청자들은 오영을 보며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외로움과 슬픔은 가슴 절절한 공감대를 자아냈다. 오영은 앞이 보이지 않았고, 부모님도 잃은 채 내부의 적과 싸우며 가짜 오빠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철저하게 외로운 캐릭터였다. 차가운 표정과 공격적인 말투, 남의 힘을 빌리지 않으려는 고집은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홀로 남은 오영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저절로 습득한 것이었다.
"혼자 연기하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만난 시각장애인분들이 얘기해 줄 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상대방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는게 아니니까 왠지 나 혼자 연기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다들 공유하는데 나만 공유 못하는 느낌, 나 혼자 왕따라는 느낌이었죠. 외롭긴 했어요. 영이 자체가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오히려 시각장애인이라는 부분이 영이의 외로움을 더 부각시켜줬어요."
'그 겨울' 마지막회에서 오영은 눈을 떴고, 오빠 오수와 재회했다. 진한 키스와 함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오영은 눈을 수술하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갔고, 오수는 도박판에서 칼에 맞았다. 다음해 봄, 오영과 오수는 벚꽃 아래서 재회했고, 함께 살아났다.
"결말은 만족해요. 사실 저는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결말을 알고 있었어요. 멜로 드라마는 비극적 결말이 더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수와 오영의) 감정자체가 너무 힘들었으니까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송혜교는 인터뷰 중 마지막 촬영 컷소리 후 눈물을 흘렸다는 소문에 "안 울었다"고 반발했다. 부끄러움의 표현이었다.
"마지막 촬영이 낮신이었는데 해가 떨어질 때가 되어서 급하게 찍었어요. 카페 안에서 촬영을 마치자 스태프들이 안으로 들어왔죠. 노희경 작가와 수고했다고 서로 안는 순간 눈물이 핑 돌긴 했어요. 눈물 보여주는 것을 싫어해서 다른 곳에 갔다 왔어요. 오늘이 마지막회라서 많이 슬플 것 같아요. 아직 실감이 안나니까요."
송혜교는 '그 겨울'에서 마음껏 연기했다. 한 때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고, 서러움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마지막에는 사랑 때문에 울고 웃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그녀의 곁에는 배우 조인성이 있었다.
"예전에는 제 연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나만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들이 사는 세상'부터 달라졌어요. 신을 해석하고 그 신이 누구의 것인지 캐치할 수 있게 된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조인성이란 배우는 이점을 확실히 알고 있어요. 제가 정적이었다면 조인성은 유동적이었죠. 저 때문에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 조인성 때문에 사라지고, 오수라는 캐릭터 때문에 제 연기가 더 돋보였어요. 감정신이 잘 안될때도 있는데 저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이에요. 해내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조인성은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다 받아줬어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지난 5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모험."
단순히 시각장애인을 연기했기 때문으로 치부하기에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송혜교가 오영이었고, 오영이 송혜교였다. 혼연일체를 이룬 그녀의 지난 5년이 궁금해졌다.
"어렸을 때 선배가 경험을 하면 할수록 도움이 많이 된다는 말을 했었어요. 그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었죠. 그게 하나가 된지 얼마 안됐어요. 연기자로서 새로운 것을 경험했고, 송혜교 개인으로서도 경험도 이젠 연기로 다 나오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 작품을 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 활동이 정말 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어요. 그런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나서 그런지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모험하는 것을 좋아해요. 한 캐릭터로 굳어지면 다른 캐릭터에 대한 도전은 없어요. 똑같은 연기는 아무 도움이 안되죠. 독립영화는 한국에서는 저에게 줄 수 없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했어요. '오늘' 같은 경우 소재도 좋았고, 제가 이정현 감독 팬이기도 했죠.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그 겨울'은 일본 원작으로 너무 오래된 작품이란 생각이 있었지만 노희경 작가의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네가 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확실히 만들어주겠다고 했죠. 작가만 믿고 선택했어요."
(미모에 대한 호평과 연애에 대한 송혜교의 생각은 인터뷰②에서)
[배우 송혜교.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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