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들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두 팀은 이미 정규시즌서 6차례 맞붙으면서 전략, 전술이 모두 드러났다. 그런 변화에 매우 민감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 초보답지 않게 영리한 벤치운영이 돋보이는 SK 문경은 감독 모두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필승 방정식 마련에 분주하다.
▲ SK 매치업 우위, 모비스 투 가드 시스템 사용 제한
SK는 모비스에 매치업에서 우위를 지닌다. SK는 김선형, 에런 헤인즈, 박상오, 김민수, 최부경이 주전. 김선형을 제외한 4명 모두 190cm가 넘는 장신이다. 1가드 4포워드의 핵심.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스위치 디펜스를 해도 미스매치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모비스에는 미스매치가 생긴다. 양동근과 김시래를 동시에 기용하기가 쉽지 않다.
김시래가 기용될 경우 결국 박상오를 막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SK는 박상오에게 공격을 맡기면 김시래를 상대로 체격의 우위를 활용해 1골을 쉽게 넣을 수 있다. 결국 모비스는 김시래 대신 박종천, 박구영, 이지원 등을 넣을 수 있다. 분명한 건 양동근과 김시래를 동시에 투입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모비스의 공격력은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시래 대신 투입될 수 있는 백업 멤버들의 1대1 수비력이 매우 뛰어난 게 아니라는 게 유 감독의 고민이다.
모비스는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투 가드 시스템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SK를 상대로는 전략적으로 필요할 때만 활용 가능하다. 문태영, 리카르도 라틀리프, 함지훈 등도 SK 포워드들이 1대1로 막을 수 있다. 결국 모비스로선 박종천, 박구영 등이 투입될 때 외곽포로 SK 3-2 지역방어를 깰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김시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양동근의 경기운영, 문태영과 함지훈의 공간활용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모비스의 승부수는 여기서 나올 수밖에 없다.
▲ SK 여전히 2% 부족한 심스 카드, 헤인즈가 주춤 하다면
SK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매치업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서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확신은 없다. 유 감독은 “헤인즈를 잡을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헤인즈는 개인기가 좋은 공격수다. 수비수 1명은 쉽게 따돌린다. 정규시즌 모비스전 4승 2패 결과도 결국 헤인즈가 활약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 갈렸다.
SK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헤인즈가 모비스의 수비에 막히거나 컨디션 난조로 주춤할 때다. 이는 곧 SK 특유의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의 근간과도 연결된다. 문 감독은 이때 코트니 심스를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문 감독 스스로도 “심스가 들어갔을 때 공격에서 확실한 컨셉을 잡지 못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심스는 모비스 수비수들의 격렬한 마크를 강력한 피지컬로 제압할 카드는 아니다. 또 SK가 심스를 기용할 경우 김선형, 헤인즈 특유의 속공을 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도 고민이다. 심스 역시 개인기는 좋지만, 팀 조직력 속에서는 헤인즈만큼 100% 녹아들지 못했다. 때문에 SK로선 헤인즈가 주춤하면서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이 지닌 공격력이 반감될 경우 대체 카드가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 고민이다.
▲ 전략, 전술보다 중요한 정신력, 체력 싸움?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같은 큰 경기는 전략, 전술 싸움이 아니라 어느 팀이 끝까지 물고늘어지느냐의 싸움이다”고 했다. 유 감독은 그만큼 강력한 정신 집중을 강조했다. 실제로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서 이런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농구는 선수 개개인의 의욕과 마인드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또한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 경우 결국 체력과 집중력이 승부를 가를 포인트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두 차례 주말 연전 포함 총 3차례 연전을 치른다. 초반 5일간 1~4차전을 치른다. 5차전 이후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나 역으로 이런 상황들을 활용한 전략과 전술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SK의 경우 모비스보다 많은 가용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유 감독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수비를 맨투맨에서 지역방어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지역방어가 성공할 경우 속공 전환이 쉽다. 속공은 득점확률이 가장 높은 공격방법이다. 큰 경기서 흐름을 가져오는 데 속공만한 카드도 없다. 이런 전략을 활용할 때는 역시 기본적으로 양팀의 집중력, 체력 등을 따져봐야 한다.
결국 챔피언결정전은 두 팀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장, 단점. 그에 따라 활용 가능한 전술, 전략. 체력과 정신적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상황에 맞는 승부수가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백중세로 본다. 유재학 감독과 문경은 감독이 장고 끝에 내놓는 묘수가 승부를 가르는 키워드다.
[유재학-문경은 감독의 악수(위), SK-모비스 정규시즌 경기장면(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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