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는 원래 잘했던 선수가 계속 잘하게 돼 있어.”
야구는 고도의 테크닉을 수반하는 스포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변화, 찰나의 대응에 따라 흐름이 바뀐다. 흐름을 잡아내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경험과 연륜, 야구에 대한 감각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풍부한 야구지식을 갖춘 선수와 실제 그라운드에서 야구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원래 잘 했던 선수가 결국 잘한다”는 말은 몇 년 전 모 선수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웃으며 한 말이다. 알고 보면 뼈가 있는 말이다.
▲ 류중일 감독의 회상 “강기웅 코치, 퇴원하고 더 잘 하더라”
삼성 류중일 감독은 2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다. 퓨처스 타격코치로 재직 중인 강기웅 코치의 현역시절 에피소드. 류 감독은 “강 코치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너무 아파 보여서 ‘돌아오면 야구 잘할 수 있겠나?’싶었다”라며 “세상에 혼자서 야구 다 했다. 퇴원한 뒤 연습도 하나도 안하고 바로 경기를 했는데 정말 잘 치더라. 치면 다 안타였다”고 웃었다.
류 감독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경기를 바로 해도 되는 선수가 있고, 안 되는 선수가 있다”고 했다. 물론 롱런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와 훈련만이 살길. 류 감독이 말한 건 야구에 대한 선천적인 감각이다. “우리팀에선 박석민, 김상수가 그런 케이스”라고 했다. 허리 부상 중인 박석민은 곧 1군에 등록된다. 류 감독의 말에 따르면 박석민은 돌아오자마자 맹타를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다른 팀에 비해서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류 감독의 설명과 어느 정도 맥이 닿는다. 야구에 대한 감각 자체가 뛰어난 선수가 많은데다 류 감독 특유의 꼼꼼한 훈련 지휘가 더해진 삼성. 강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류 감독이 언급한 강 코치는 1988년 한국화장품 시절 제일은행전서 5연타석 홈런을 쳤고, 현역시절 천재 2루수란 소리를 들었다.
▲ 삼성의 사례, 결국 살아날 선수는 살아난다
올 시즌 삼성. 불안요소가 많다. 전력의 요체인 불펜의 약화. 류 감독도 인정했다. “정현욱과 권오준 공백이 크다.” 두 사람의 대체자를 찾는 게 과제. 하루 아침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 우선 안지만과 권혁 등 기존 필승계투조들의 컨디션 회복과 심창민의 성장이 필요했다.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 삼성 불펜이 불안했던 건 정현욱과 권오준 공백보다 안지만과 권혁의 불완전한 컨디션 때문.
류 감독은 “안지만의 공 끝이 작년만큼은 아니다”라고 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돌아온 안지만. 최근 서서히 제 컨디션을 찾고 있다. 28일 광주 KIA전 7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지완을 바깥쪽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건 백미였다. 변화구가 아니라 특유의 묵직한 직구였다. 심창민도 최근 2경기 연속 무실점에 6홀드로 성공적으로 정착 중이다. 여기에 오승환의 결합까지. 삼성 불펜은 지난주 LG-KIA를 상대로 4승 1패를 거두는 동안 완벽하게 살아났다.
베테랑들도 기지개를 켰다. 개막 후 극심한 빈타에 시달리던 이승엽. 28일 광주 KIA전서 동점타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진해수를 상대로 뽑아낸 동점 적시타가 압권이었다. 낮게 떨어지는 볼을 감각적으로 잡아당겨 안타로 연결했다. 상체 중심이 뒤로 빠진 채 팔로 툭 건드리는 스윙.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이승엽이라서 가능한 적시타였다. 이날 베테랑 진갑용도 8회 홍재호의 결정적인 실책 당시 교묘하게 시야를 가리는 주루로 보이지 않는 수훈을 세웠다.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다.
삼성은 어느덧 선두 KIA와 두산에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소리소문 없이, 야금야금 승수를 챙겼다. 불안하다고 했지만 현재 삼성 투타밸런스는 9개구단 최고수준. 원동력은 ‘원래 잘했던 선수들’의 무서움이다. 안지만은 원래 야구를 잘 했던 투수다. 이승엽과 진갑용은 타고난 감각에다 노련미까지 더해진 선수들. 류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상베테랑’. 이들은 시즌 초반 주춤했으나 성실한 준비와 노력으로 결국 자기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삼성 야구가 무서운 건 이 때문이다.
▲ 체계적 관리 시스템과 냉정한 매의 눈
단순히 야구를 원래 잘하는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성적이 좋을 순 없다. 현재 9개구단 선수들 중 ‘원래 야구 못했다’는 소리를 들은 선수는 없다. 다들 중, 고교, 대학 시절엔 한 가락 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우열은 갈린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가 없는 선수. 강한 팀과 약한 팀은 구분이 된다.
류 감독은 요즘 신용운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용운은 2011년 2차 드래프트로 KIA에서 삼성으로 넘어왔다. 최근 몇 년간 각종 잔부상이 심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류 감독은 신용운을 용인에 있는 재활트레이닝센터(STC)로 보내 재활을 지시했다. 지난해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으나 올해 부활을 노래하고 있다. “확실히 용인 STC가 좋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용인 STC는 체계적인 훈련, 재활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유명하다. 삼성이 강한 또 다른 숨은 이유다.
예외 사례도 있다. 류 감독은 29일 권혁을 2군으로 내렸다. 제구력 난조가 심각한 수준. 권혁 역시 위에서 아래로 꽂는 직구의 위력이 대단한 투수다. 잘 하던 선수가 계속해서 살아나지 못하자 조치를 취한 것. 권혁은 2군에서 투구 밸런스부터 재점검한다. 2군엔 투수 육성의 장인 양일환 코치가 있다. 그를 거치지 않은 삼성투수는 없다.
권혁이 2군으로 내려가도 삼성 전력엔 당장 큰 누수는 없다. 그만한 공백을 메울 또 다른 백업 선수층이 가장 풍부한 팀 역시 삼성이다. KIA 선동열 감독도 “삼성과 두산은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없다”고 부러워했다. 류 감독의 매의 눈. 특유의 선수관리 시스템. 원래 잘하던 선수들의 노련미와 야구에 대한 탁월한 감각까지. 아무리 불안해도 삼성은 삼성이다. 쉽게 무너질 팀이 아니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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