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대한농구협회가 남녀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유재학 모비스 감독,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을 선임했다. 두 감독은 올해 8월과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내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위기라는 말조차 식상해진 대표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막중하다. 농구협회는 일찌감치 대표팀 선전이 농구 인기 회복 지름길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는 내년 8월 스페인 남자세계선수권대회와 9월 체코 여자선수권대회 티켓이 걸린 대회다. 남자대표팀은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3회 연속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여자대표팀은 꾸준히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 중이다.
아시아선수권대회서의 아쉬움도 씻어야 한다. 남자대표팀은 1997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이후 우승컵과 인연이 없었다. 2011년 중국 우한 대회에선 3위에 올랐다. 여자대표팀은 2007년 인천 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11년 일본 나가사키 대회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남녀 대표팀은 당연히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목표로 뛴다.
▲ 유재학 감독, 철저한 지원 받으면 사고 친다
유재학 감독의 대표팀 지휘는 처음이 아니다. 유 감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이끌었다. 당시 대한농구협회의 지원이 대단했다. 2009년 아시아선수권 8강 탈락 충격 후 더 이상 망신을 당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레니 윌킨스를 기술고문으로 임명해 국제 감각이 뒤처진 대표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착실히 끌어올렸다. 유 감독은 이 기간 김선형(SK), 김종규(경희대)를 예비 엔트리에 넣어 미국 전지훈련에 데려가 직접 지도했다. 크게 볼 때 한국농구 떡잎을 키우고 싶었던 것.
대표팀 소집 기간 자체가 예년에 비해 길었다. 투자를 하자 성과가 났다. 한국농구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승준이 아시안게임 내내 소금 같은 활약을 했다. 조성민은 그때부터 확실한 슈터로 거듭났다. 중동에 약한 면모도 보이지 않았다. 유 감독 특유의 다양한 수비 전술이 통했고,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했다. 도하 아시안게임 노메달(5위) 수모로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했다. 결승전서 중국에 아깝게 패배했으나 경기력은 확실히 좋았다. 모비스처럼 유기적이었다. 끈끈했다.
방열 회장이 대한농구협회 수장이 된 뒤 굵직한 첫 남자국제대회다. 방 회장은 유 감독의 스승이다. 모비스에서 기술고문도 역임했었다. 방 회장은 회장 취임 당시 전력분석 파트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었다. 3년전처럼 장기간 해외 전지훈련은 어렵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지원이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건 농구계에서 유 감독을 확실하게 지원할 경우 아시아선수권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커진다는 점. 유 감독은 이미 국내, 국제무대 모두 능력을 인정받은 명장이다.
▲ 초보 사령탑 위성우, 또 한번의 시험대
위성우 감독이 결국 대표팀까지 맡았다. 2012-2013시즌 우리은행 통합우승 신데렐라 스토리.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신한은행에서 전주원 코치와 함께 적을 옮긴 첫 시즌 곧바로 우승 숙원을 풀었다. 직전 네 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우리은행에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끈질기고 악착 같은 농구를 이식했다.
위 감독은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대표팀 지휘. 감독 경력 15년에 대표팀도 2번째로 맡게 된 유 감독과는 달리 이제 감독 2년차다. 통합 우승 한 차례를 했지만, 아직 명장이라고 부르기엔 검증이 덜 됐다.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 같기도 하다. 시즌 후 우리은행을 아시아 클럽 W챔피언십우승으로 이끌긴 했지만,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건 처음이다.
위 감독은 준비된 감독이다. 신한은행에서 임달식 감독을 보좌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에서 자신만의 농구를 확고하게 펼쳤다. 대표팀은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덜 다듬어진 원석이 즐비했던 우리은행 선수들과는 달리 대표팀에 들어오는 선수는 완성형 선수가 절대 다수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부터 국제 대회 감각 및 정보 활용과 대처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시험해볼 수 있게 됐다.
대한농구협회는 추후 두 감독을 보좌할 코치들과 대표팀 선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16일부터 21일까지 인천에서 열릴 동아시아남자농구대회가 끝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방 회장의 첫번째 공약이 국제 경쟁력 강화다. 농구협회가 자신있게 대표팀 감독을 내세웠고, 이젠 철저한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 위기의 한국농구를 대표팀 감독 혼자 바로잡을 순 없는 노릇이다.
[유재학 감독(위), 위성우 감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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