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친구들과 서로 위로를 많이 했어요.”
삼성 김상수. 어느덧 풀타임 5년차. 확고부동한 간판 유격수다. 이제 김상수 없는 삼성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책임감도, 부담감도 크다. 힘차게 시작한 2013시즌. 출발이 매우 나빴다. 잘 맞은 타구가 자꾸만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개막 18타석 연속 무안타. 동료들은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김상수는 조급해졌다. 볼에 방망이가 휙휙 나갔다. 슬럼프의 시작이었다.
타자라면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다. 한 시즌에 2~3차례 정도 찾아온다. 얼마나 빨리 탈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 김상수의 슬럼프는 꽤 길었다. 4월 한달간 19경기서 타율 0.193 7타점에 그쳤다. 주로 9번타순에 들어서는 김상수. 발 빠른 그가 9번에서 출루하고 내야를 뒤흔들면 상위타순에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았기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살아났다. 5월 7경기서 타율 0.435 2홈런 9타점 맹타 행진. 12일 현재 타율 0.244 2홈런 16타점 14득점 5도루. 홈런타자도 아닌데 4~5일 부산 롯데전서 사직구장의 높은 담장을 이틀 연속 넘기는 타구를 만들었다. 뜨거운 방망이가 4일 휴식을 보낸 뒤에도 식을 줄 모른다. 10~11일 포항 KIA전서도 연속 안타행진. 비결이 궁금했다. 김상수를 11일 포항 KIA전을 앞두고 만났다.
▲ 슬럼프 탈출 숨은 비결, 동기들과의 힐링 통화
“동계훈련을 예전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 안 되니까 답답했다. 열심히 한 게 무의미하더라. 허무했다.” 김상수는 시즌 초반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스트레스가 심했다. 남들 하는 것들을 다 따라했다. “특타도 하고, 김한수 코치님, 김성래 수석코치님과 대화도 나눴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마음 편하게 치라고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쉽게 풀리면 슬럼프가 아니다. 김상수는 노력을 많이 했다. 스스로 잘 쳤을 때의 비디오를 보며 연구했다. “상체로 쳤다. 몸의 중심이 끝까지 뒤에 남아있어야 한다. 요즘엔 정확한 타이밍에 방망이가 나간다. 힘을 빼고 친다. 중심에 맞다 보니 장타도 나온다”라고 했다. 이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 타율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긴장을 풀지 않았다.
진짜 비결은 따로 있었다. 김상수의 동기들이 각 팀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KIA 안치홍, 두산 허경민, 박건우, LG 오지환, 정주현 등과 전화통화를 많이 했다. “서로 위로를 해줬다. 치홍이랑은 어제도 통화를 했다. 통화를 못하면 카카오톡을 많이 했다. 만나서 밥도 먹었다”라고 했다. 타자의 마음은 타자가 아는 법. 서로 수다도 떨고 고충을 이해해주니 스트레스가 풀렸다. 야구는 멘탈게임. 마음을 다스리니 길이 보였다.
▲ 팀 우승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 속 목표는 AG
김상수는 요즘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요즘 야구가 재미있다. 팀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쁘다”라고 웃었다. 수비도 더욱 안정감이 생겼다. “송구 실책이 많았다. 안일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실책 숫자를 줄여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홈런 욕심도 솔직히 생긴다. 타자라면 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내 역할은 따로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팀 우승이 목표다”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팀을 위해 자신이 홈런 스윙을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 어차피 홈런타자는 아니니 잘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면 된다. “루상에 많이 살아나가서 도루와 득점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또 하나. “부상을 당하면 안 된다.” 김상수는 아직 데뷔 후 이렇다 할 부상이 없었다. 몇 년 전 A형 간염으로 잠깐 고생을 했으나 외상으로 인한 장기결장은 없었다. 성실하다.
좀 더 속 깊은 얘기를 듣고 싶었다. 김상수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였다. 타이중 참사 멤버였다. 충격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WBC에서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팬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 아쉽다. 만회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와 내년이 참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이 얘기에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또 한번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하는 욕망. 한 차례 좌절도 맛 봤고, 마음대로 달 수도 없기에 쉽게 말할 수 없는 현실. “마음 속으로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로 나가고 싶다. 개인적인 아쉬움도 풀고 싶다.” 동기들과의 전화통화로 슬럼프 탈출에 성공한 김상수. 이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김상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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