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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한국말을 잘하는 샘 해밍턴이었다. 이런 단어는 이해 못하지 않을까 싶어서 질문을 던져 놓고 다른 단어를 머릿속으로 찾고 있었지만 그새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척척 한다. 인터뷰 동안 인상 남는 영어라고는 'Banana latte'가 전부다. 이게 군대에서 먹어본 것 중에 으뜸이란다.
비가 오던 날, 마이데일리 인터뷰실로 찾아온 해밍턴은 짙은 남색 반팔 티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검정색 백팩을 메고 있었다. 한 손에는 보라색 물방울 무늬의 우산이 들려있었는데, 푸근한 몸집 탓인지 비에 젖은 우산이 유난히 작아 보이는 게 서 있는 해밍턴의 모습이 퍽 귀여웠다.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해밍턴은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텐데 하고 걱정하자 "많진 않아요. 있긴 있죠"하면서 헤헤 웃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군대리아'를 먹던 이등병 샘 해밍턴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진짜 사나이'가 이렇게 인기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어떻게 될지 몰랐거든요. 아직 실감은 안 나요. 전보다 사람들이 더 알아봐서 부담스러운 건 있죠. 예전에는 워낙 마음대로 다녔거든요. '군대리아'요? 진짜 맛있어요. 호주에서 먹던 수제 버거랑은 너무 다른데 이런 게 있어요. 사회에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기쁨 같은 게 없지만 부대 안에선 '군대리아'든 PX든 '냉동'이든 그 안에서 먹는다는 게 정말 좋고 기쁜 거예요. 원래 밥 많이 안 먹는데 훈련 때문이라도 많이 먹을 수밖에 없어요. 안 먹으면 너무 지치고 기운 없을까봐, 일부러 많이 먹게 되더라고요."
음료수를 권했더니 물이면 괜찮다고 사양하더니 종이컵에 물을 담아 조금씩 홀짝였다. 10년이 넘은 한국 생활 때문인지 아니면 천성인지 거드름 피우는 일 없이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겸손했다. 유난히 확고한 목소리가 들렸던 건 군대 가기 싫어하는 한국 남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였다.
"스스로 놓치는 거예요. 군대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들을 하지만 전 좋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전우랑 우정을 맺는 게 다른 데에선 할 수 없어요. 대학교 친구든 어떤 친구든 매일 함께 먹고, 자고, 씻고 이런 친구들은 평생 만들 수 없는 기회에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가까워진 친구가 생길 수 있구나 느꼈고, 다들 그런 기회를 느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이란 나라를 지켜주는 일이잖아요. 누구든지 힘든 부분은 당연히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신의 나라를 자신이 안 지키면 누가 지켜주겠어요. 다른 나라 사람이 와서 지켜주지 않거든요. 전 개인적으로 호주에 대해서 자부심이 커요. 그래서 늘 호주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살거든요. 그런데 일반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가 많지 않아요. 한국에선 남자에게 그런 기회가 있잖아요. 군대에 가는 거예요. 가기 싫은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거죠. 개인적으로 어떤 사연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놓치게 되는 부분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요."
한국 생활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후회 없이 살아가려는 사람이에요. 뭐든 잘하려고 노력하고, 기회가 생기면 꼭 잡아요"라는 해밍턴은 한국 생활 동안 좋았던 일도 있고, 그렇지 못했던 일도 있지만 모든 일들은 반복되며 지나간다고 말했다. 여느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호주인 해밍턴이었다.
"요즘 일이 재미있어요. 몸은 힘들지만 재미가 있는 거죠. 그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힘들어도 버틸 수 있어요."
[개그맨 샘 해밍턴. 사진 = MBC 제공-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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