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복수해야죠.”
삼성 배영수는 지난 주말 포항 KIA전서 등판하지 않았다. 그는 일찌감치 14일 잠실 두산전 선발 등판이 확정됐다. 그는 몇몇 기자들에게 웃으면서 “두산전 나갑니다. 복수해야죠”라고 씩 웃었다. 말 속에 뼈가 있었다. 배영수가 두산에 복수를 했다. 그는 이날 4일 부산 롯데전 이후 열흘만에 선발로 나섰다. 5이닝 104구 8피안타 3탈삼진 1볼넷 1실점하며 시즌 5승(1패)째를 따냈다. 선발 5연승 행진.
배영수의 올 시즌 유일한 1패. 3월 30일 대구 두산전이었다. 그는 올 시즌 개막전 선발 중책을 맡았다. 2008년에 이어 5년만의 영광. 배영수는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호기롭게 맞부딪혔다. 쓴맛을 봤다. 3⅔이닝 8피안타 8실점의 부진을 맛봤다. 이후 이날까지 5연승을 했으나 평균자책점은 아직 높은 편. 그만큼 개막전 악몽은 완전히 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배영수는 개막전서 만루홈런을 2방이나 맞았다. 1회 2사 만루에서 오재원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내줬다. 3회 2사 만루 위기에선 김현수에게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내줬다. 1경기서 만루홈런 2방을 맞은 건 배영수 개인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 역대 개막전 만루홈런 2개가 나온 것도 처음이었다. 이에 배영수에겐 ‘개만두’(개막전 만루홈런 2개)라는 별명이 붙었다. 내색하진 않아도 배영수 개인적으론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배영수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이젠 140km대 중, 후반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직구와 산전수전을 겪으며 체득한 다양한 변화구, 농익은 경기운영능력으로 노련한 피칭을 할 줄 안다. 이닝을 거치면서도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준 두산 이정호와는 확실히 한 수 위였다. 그러나 그 역시 적지 않은 안타를 맞으며 불안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열흘만의 등판이라 그런지 투구밸런스가 약간 흔들렸다.
1회 불안했다. 2사 후 김현수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홍성흔에게도 좌전안타를 맞았다. 오재원에겐 내야안타를 맞으면서 2사 만루 위기. 그러나 김동주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김현수와 오재원에겐 일단 피안타로 출발.
2회부터 살아났다. 2사 후 손시헌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았으나 이종욱의 1루 강습타구를 채태인이 기가 막히게 걷어내면서 실점하지 않았다. 3회엔 1사 후 김현수에게 다시 중전안타를 맞았으나 홍성흔을 3루 땅볼, 오재원을 삼진으로 통렬하게 잡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4회에도 1사 후 최주환에게 중전안타를 내줬으나 양의지와 손시헌을 차례로 잡아냈다.
5회엔 2사를 잘 잡고 흔들렸다. 김현수에게 볼넷, 홍성흔에게 우전안타, 오재원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결국 1실점했다. 김현수와 오재원에게 일격을 당한 것. 이어 김동주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그러나 최주환을 풀카운트 접전 끝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면서 대량 실점하지 않았다. 개막전 만루포 헌납 주인공이었던 김현수, 오재원은 봉쇄하지 못했으나 승리 요건을 갖춘 것.
결국 배영수는 시즌 5승을 챙겼다. 개막전 만루홈런 2방의 악몽은 더 이상 없었다. 사실 아주 빼어난 피칭은 아니었다. 산발 안타를 많이 맞았다. 특히 개막전 만루포 주인공이었던 김현수에게 2타수 2안타, 오재원에게 3타수 2안타를 내준 건 아쉬운 부분. 그러나 직구 최고구속 148km를 찍었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 포크볼을 적절히 섞으면서 두산 타선의 집중타를 피했다.
완벽한 복수혈전은 아니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컨디션 속에서 버텨내는 힘을 발휘했고, 결과적으로 개막전 패배 앙갚음을 했다. 배영수가 5이닝을 버텨내면서 선발 5연승을 내달렸다. 그의 선발승으로 삼성도 올 시즌 처음으로 단독선두에 올랐다.
[배영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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