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내쫓은 건물주' 리쌍, 과연 갑의 횡포로 봐야되나?

[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힙합그룹 리쌍(길, 개리)이 지난해 사들인 건물에 임대 중이던 임차인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을 두고 갑(甲)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토지정의시민연대 공식 홈페이지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이면 세로수길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 1층에서 곱창집을 운영 중이던 서 모씨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2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사연이 공개됐다.

토지정의시민연대에 따르면 길과 개리는 지난해 9월께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10월 서 모씨는 대출을 받아 권리금 2억 7500만원, 인테리어비 1웍원, 보증금 5000만원, 임대료 300만원을 들여 전 건물주와 2년 임대 계약을 체결하고 곱창집을 운영해왔다.

계약 당시 서 모씨는 5년을 계약하고 싶었지만 당시 건물주가 일단 2년 계약을 하는 대신 구두로 5년 계약을 약조한 데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으니 갱신 청구를 하면 되겠거니 생각하고 그간 장사를 지속했다.

하지만 지난해 건물주가 리쌍으로 바뀌면서 계약갱신에 난항을 겪게 됐다. 처음 유명 연예인으로 건물주가 바뀌어 홍보 효과를 기대했던 것도 잠시, 리쌍 측은 지난해 10월로 2년 계약이 만료돼 내용 증명을 통해 계약해지를 요구했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적용돼 최소 5년간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줄로 알고 계약갱신청구를 하려고 보니 보증금 환산금액 3억원 이하(서 모씨의 환산 보증금은 3억 4000만원이다)는 서울 내에서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면서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 상황.

급기야 이 음식점이 있던 자리에 리쌍이 자신들이 운영중인 막창집을 새로 개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논란이 심화됐다.

하지만 이를 건물주인 리쌍의 일방적인 갑의 횡포로 봐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현재 의견이 분분하다. 이같은 소식이 온라인상으로 전해지며 일부 네티즌들은 "일방적인 통보는 너무하다", "리쌍에게 실망했다", "임차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 같다"라는 등 비판적인 시선을 전했다.

반면 일각에선 "연예인이라고 더 엄격하게 매도하는 것 같다", "계약만료 돼서 나가라는 거고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는데 왜 리쌍의 책임으로만 모는 지 모르겠다", "리쌍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법의 문제다", "요즘 갑과 을의 횡포 보도가 많이 되다보니 리쌍도 같이 엮이는 것 같은데 일방적인 갑의 횡포라고 보기엔 애매하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리쌍은 난데없이 불거진 갑의 횡포 논란에 21일 오후 길의 트위터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리며 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명에 나섰다. 실제 리쌍이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앞서 토지정의시민연대를 통해 임차인 서 모씨가 주장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해당 건물을 매입 후 서 모씨에게 연장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은 사실이나 이후 도의적인 보상 차원에서 협의점을 찾던 중 임차인이 너무 큰 보상금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되려 임차인이 연예인이란 신분을 걸고 플래카드라도 걸겠다며 나갈 수 없다고 고집했고 급기야 동의 없이 가게도 개조했다는 것.

또 전 건물주와 5년의 임대를 구두로 보장 받았다며 이를 근거로 계약 갱신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법적으로 리쌍이 이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해줄 의무는 없다. 하지만 리쌍은 도의적인 차원에서 몇 차례나 변호인과 대리인을 통해 협의를 시도하며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 소송으로까지 번지며 상황이 악화됐고 법원의 화해 권고에까지 이르렀지만 임차인이 이의 신청을 걸어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리쌍은 "임차인이 하고 있는 동종 업종인 막창사업을 그 자리에 하려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뿐 더러 임차인분에게 몇 번이고 그 사실을 말씀드렸다"고 강조하며 "15년동안 열심히 일하며 건물을 처음 매입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져서 저희도 가슴이 아프다.. 원만한 대화가 불가한 상황에서 상가 임대차 보호법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해당 법에 적용되지 않는 임차인의 사례를 어떻게 해야만 하냐? 저희만 욕심많은 이상한 사람이 됐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공인이라는 이유로 저희를 욕심쟁이로 몰아가며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들이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만 저희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있기에 정확한 사실을 알려 드리고자 글을 올린다"고 해명글을 쓰기에 이른 경위를 밝혔다.

[갑의 횡포 논란에 휩싸인 리쌍.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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