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日 "이번 주가폭락, 주가급등에 대한 조정국면" 분석 지배적
도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3일 도쿄 주식시장은 13년만에 폭락을 경험한 데 이어, 24일 오전에는 다시 급격한 반등세를 보였고, 그리고 오후에는 다시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닛케이평균지수 하락폭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이나, 리먼쇼크 뒤인 2008년 10월의 폭락 수준을 넘어섰다. IT버블이 붕괴한 2000년 4월 17일의 1426엔 하락 이래 약 13년만의 큰 수준이며, 역대 11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하락율도 역대 10번째로 컸다.
이번 주가폭락은 중국의 제조업 구매담당자 경기지수(PMI)가 부진하게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일본 주식시장이 급등세를 지속해 언젠가는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계감이 투자가들 사이에서 존재했는데, 이 같은 불안감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 바로 중국 PMI 지수 발표였다.
또한, 도쿄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한 때 약 1년 2개월만에 1%대까지 급상승했다가 하락했는데, 이 또한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됐다. 일본의 국채발행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약 240%에 달하기 때문에 약간의 금리상승으로도 국채 이자 지급 부담이 상당히 늘어난다. 단순계산으로 이자가 1% 늘어날 때마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이자는 GDP의 2.4%에 달한다.
더구나 국채 금리는 기업과 일반시민을 상대로 하는 대출 이자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업이나 시민들이 높은 이자 때문에 대출을 꺼려 경기가 위축될 수도 있다. 더구나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인데, 이럴 경우 국채를 보유한 일본 금융권에서도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럴 경우, 은행이 기업 대출 요건을 강화해 돈을 풀지 않게 될 수 있다.
문제는, 일본은행이 국채 금리를 제대로 컨트롤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시장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에 확실한 대응책을 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국채 금리가 꽤 격하게 변동하고 있다"며 "국채 금리의 완전한 제어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매번 국채를 사는 빈도를 늘리고 금액을 작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구로다 총재가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뚜렷한 방안을 밝히지 못하자 국채 금리는 올라갔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어 주가는 급락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국채 매도 움직임은 멈추질 않았고, 결국 일본은행은 국채금리가 1%까지 올라가자 23일 정오 직전, 급히 국채를 매입해 2.1조 엔의 돈을 시장에 푸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한편으로 주가급락은 지속돼 13년만의 이례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하루 지난 24일 오전 도쿄 주식시장은 대폭 반등세를 보였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한때 1만 5천엔 대를 회복하기도 했다. 오전 종가는 전일대비 383엔 92전 높은 1만 4867엔 90전을 기록했다. 그러나 오후에는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1만 4천엔대가 무너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적인 금융완화의 지속이나 기업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주가하락은 절호의 매입찬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칫하면 단번에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일본 주식시장은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 일본은 이번 주가 폭락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일단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주가 상승세 기조가 이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장관계자들 상당수가 5월 들어 주가가 너무 급하게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언젠가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이번 주가폭락이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바로 그 조정국면이라는 것이다. (다만, 하루 사이에 1143엔이나 하락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일본의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폭락이 주가 거품을 드러내는 차원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주가 약세가 진행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대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주가 상승에 편승하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이번 하락을 찬스라고 보고 도리어 매입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엔저에 의한 수출 확대 효과가 여름 이후부터 본격화할 것이며, 성장전력의 효과는 이제부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일본의 국내경기가 상승세인만큼, 주가는 1만 5천엔대를 회복해 여름에 걸쳐 1만 6천엔대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도시마 이쓰오 사무소의 대표이자 경제전문가인 도시마 이쓰오 씨는 오히려 이번 주가폭락이 일본을 주가버블에서 지켜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로 계속 주가가 올라가는 편이 무서웠다. 만약 오전 빠른 시간의 매입이 지속돼 1만 6천 엔대를 회복해 더욱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면, 결국 역V자 형태의 전형적인 버블로 끝났을 것이다. 1100엔 가량의 하락은 일본주식을 버블로부터 지킨 건전한 조정역할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쓰이 증권의 분석가 구보타 도모이치로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가 시작해서 1개월 지났다. 금융완화로 투자를 촉구하는 방침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아베노믹스의 방향성이 옳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폭락이 주가 급등을 주도한 아베 정권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도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 금리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데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번 주가 폭락은, 일본 정부가 국채를 대량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금리 상승에 의한 정부의 재정불안과 금융시스템 리스크 등의 불안요소와 위험성이 표면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일본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채권시장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 해외투자가들은 실망해 일본 주식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의 편집위원인 하라 마코토는 이번 주가폭락을 계기로 일본 정부의 지나친 아베노믹스 편중을 비판했다.
그는 "주가 상승을 경기호전으로 착각하면 안 됐다. 이는 일본은행에 의한 인위적인 시장조작에 의한 것"이라며 아베노믹스에 대해 "의도적인 자산버블을 일으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본질은 "경기가 좋아진다고 믿게 해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드는 '심리학'에 근거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무너지기 쉽다"고 봤다. 금융완화에 편중된 아베노믹스의 금융완화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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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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