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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 9.3%, 최저 시청률 3.6%. MC 강호동의 복귀 이후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6개월 동안의 성적표다. 강호동의 위기라지만, '무릎팍도사'의 문제는 강호동이 아닌 '무릎팍도사'에 있다. 마이데일리는 '무릎팍도사'의 부진 원인을 콘셉트 부재, 흥미가 떨어지는 질문, 기회를 놓친 점 등으로 분석했다.
'무릎팍도사'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콘셉트의 부재다.
강호동과 '무릎팍도사'가 연예계를 떠나 있던 사이 토크쇼의 흐름은 이동했고, 지금의 토크쇼 유형은 크게 '힐링 토크쇼', '독설 토크쇼', '코너 토크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곧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KBS 2TV '해피투게더3' 세 토크쇼로 대표된다.
'힐링캠프'가 프로그램 타이틀에 내건 '힐링'이란 콘셉트는 게스트가 출연해 속이야기를 꺼낼 것이란 기대, 이경규, 김제동, 한혜진 등 3명의 MC들이 게스트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위로하는 과정이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끔 만든다.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을 '힐링'시켜줄 수 있는 게스트의 출연과 그로부터 마음의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단 기대를 주기도 한다.
'라디오스타'는 '독설' 토크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데, 프로그램이 지닌 콘셉트의 힘이 워낙 강하다 보니까 '독설' MC였던 김구라의 하차 이후 남은 MC들만으로도 프로그램의 '독설'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게스트가 누구든 '라디오스타' MC들이라면 민감한 이슈까지 시원하게 질문 공세를 퍼부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힐링캠프'와 '라디오스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만약 어떤 문제를 일으켰던 한 연예인이 '힐링캠프'에 출연한다고 하면 대개 눈물 흘리는 장면이 연상되고, 반대로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면 MC들의 직설적인 질문에 쩔쩔매는 모습이 연상되는 건 오로지 두 토크쇼의 콘셉트 차이 때문이다.
반면 지금의 '무릎팍도사'에게선 '힐링'도 '독설'도 특정한 콘셉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앞서 가정한 연예인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우는 장면이 연상되는지 강호동의 질문에 진땀 빼는 장면이 떠오르는지 생각해보면 '무릎팍도사'의 현재 콘셉트가 얼마나 흐릿한지 알 수 있다. 과거 공백기 이전의 '무릎팍도사'는 '독설' 콘셉트 쪽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라디오스타'의 '독설' 토크쇼에 이미 시청자들이 익숙해져 버린 뒤다.
'힐링'도 '독설'도 아닌 콘셉트에도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은 건 '해피투게더3'다. '무릎팍도사'와 정면으로 맞붙고 있는 '해피투게더3'는 집단 게스트의 힘도 크지만, '야간매점' 코너의 존재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심야 토크쇼에서 야식을 소개하는 내용은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가장 적절한 소재로 과거에 SBS 토크쇼 '이홍렬 쇼'의 '참참참'의 성공으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야간매점' 코너의 강점은 시청자가 게스트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간매점'에선 게스트 모두 자신의 요리를 소개하는 데 충실할 뿐이고 시청자도 다양한 야식을 눈으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토크쇼이지만 '야간매점' 때만큼은 굳이 게스트의 이야기에 집중해 방송의 흐름을 좇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는 '야간매점'의 입지 강화가 곧 게스트에 따른 시청자 이탈 방지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
반면 '무릎팍도사'는 방송 시간 내내 단독 게스트의 일대기 훑기 형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큰 흐름을 따라가야 온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시청자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게스트일 때 '해피투게더3'의 '야간매점'처럼 시청자의 이탈을 막을 안전장치도 따로 없다. 코너의 힘은 MBC '놀러와'가 폐지될 때 많은 사람들이 '트루맨쇼'가 사라지는 것에 아쉬워했단 사실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힐링'도 아니고, '독설'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 코너가 있는 것도 아닌 토크쇼가 지금의 위기에 빠진 '무릎팍도사'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MC 유세윤, 강호동, 올라이즈밴드(왼쪽부터).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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